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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미제빈티지전문가 김형택씨 인터뷰 I부

2004.07.20 08:23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14493 추천:585



미국빈티지 전문가 김형택씨와의 인터뷰 I부 아메리칸 빈티지의 역사

오스발트 슈펭글러(Oswald Spengler)는 전세계의 상이한 문명들은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각 시점마다 상이한 단계, 즉 초창기·발전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친다고 말했다.
슈펭글러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만약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오디오의 역사를 회고해 본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1960년대까지의 미국 오디오계야말로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오디오의 역사가 전개되었던 시기라는 데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 하지 않을 것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92A 앰프      근래에 재생산되는 웨스턴 일렉트릭 300B 진공관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오디오의 탄생은 토키 영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20년대 후반 토키 영화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영화 음향 산업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오디오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원래는 전화기 회사였던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irc)은 수많은 연구와 시도 끝에 극장용 토키 시스템의 표준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웨스턴 일렉트릭의 기초는 이후 미국제 오디오의 초석을 이루게 된다.

4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디오 전반에 대한 이론적인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고, 따라서 진정한 하이 피델리티(High-Fidelity)를 향한 노력의 성과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이 시기를 대표하던 기념비적인 기기들을 살펴보면, 먼저 불운의 천재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설계한 알텍(Altec) 604 스피커 유닛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스피커는 1943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 그 구조가 주목할 만 하다. 이 스피커는 고음용 유닛과 저음용 유닛을 같은 축에 배치한 최초의 동축형 유닛으로써(젠센이 그 다음이고, 탄노이가 그 뒤를 이어 동축형 유닛의 계보를 잇는다), 이후 수십년 간 여러 번의 개량을 거치면서 전세계 프로페셔널 그라운드와 가정의 리스닝 룸을 섭렵한 전설적인 기종이다.

이후 알텍은 주로 스튜디오 모니터용 스피커과 극장용 시스템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특히 ‘Voice of the Theater'라는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극장용 시스템 중 비교적 소형에 속하는 A5와 A7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열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으로 폴 클립쉬(Paul Klipsch)가 고안한 '클립쉬 혼(Klipschhorn)'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폴 클립쉬는 대편성의 심포니 사운드를 재생할 목적으로 1946년 클립쉬 혼이라는 올 혼의 대형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는 앰프의 출력이 2W를 넘는 것이 드물었고, 따라서 웅장하고 박력 있는 소리를 재생하기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클립쉬는 스피커의 고능률화와 디스토션을 최대한 줄이는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고, 그 결과 클립쉬 혼이라는 명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클립쉬 혼은 104dB라는 높은 능률과 인클로저 내부가 일명 K-혼(굴절형 혼)이라고 불리는 특수하게 설계된 혼으로 되어 있어서 출력이 작은 앰프일지라도 얼마든지 웅장하고 박력있는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클립쉬가 자신의 역작인 클립쉬 혼에서 보여준 스피커 설계는 이후 탄노이 오토그래프나 바이타복스, 일렉트로 보이스 파트리션 같은 대형 스피커 시스템이 탄생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알텍과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JBL의 경우 프로용 기기는 물론이거니와 50년대의 미국사회가 누리고 있던 풍요를 등에 업고 최고급 가정용 스피커를 생산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이 시기에 발표된 최고급 모델로는 라이프(Life)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꿈의 스피커'라고 불린 하츠필드(Hartsfield)와 백악관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는 파라곤(Paragon) 등이 있다. 이 두 스피커는 JBL이 낳은 최고의 명기 중 하나라는 375 드라이버를 채용한 모델로써, 소리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외관에서도 많은 화제를 뿌렸던 기종들이다. 특히 파라곤의 경우 스테레오 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발매된 기종인데, 좌우 채널을 하나의 인클로져에 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스피커였다. 또 다부지고 고풍스러운 외관과 그에 합당한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올림푸스(Olympus)도 빼놓을 수 없는 명기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기로는 60년대에 발표된 젠센(Jensen)의 G-610 유닛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젠센은 1928년에 설립된 스피커 메이커로써, 1930년에 최초로 영구자석을 이용한 다이나믹 스피커를 개발했고, 1936년경에는 덕트를 이용한 베이스 리플렉스형 인클로져를 업계 최초로 발표하기도 했던 막강한 메이커였다. 젠센이 내놓은 가장 유명한 기기가 바로 G-610 유닛이다. G-610은 알텍 604처럼 동축형으로 되어있지만 알텍 604가 2웨이 1의 형태인 반면 젠센 G-610은 3웨이 1유닛, 즉 트라이엑시얼(Triaxial)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단히 독특한 유닛이다. 이 유닛은 특히 '오페라를 위한 스피커'라는 얘기가 있을 만큼 성악에 있어서 발군의 위력을 발휘한다. 즉 정위감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사운드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초호화 대형 시스템 중 하나인 젠센 임페리얼(Imperial)이 바로 이 G-610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이다.

그밖에 엄청난 크기와 화려한 외관, 그리고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일렉트로 보이스(Electro Voice)의 조지안 시리즈나 파트리션 시리즈 등, 이 시기의 미국제 스피커들은 그야말로 외관이나 소리 양쪽 측면에서 극단의 극단을 추구했던 기종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양질의 사운드를 보다 간단하고 콤팩트한 크기의 기기를 통해 즐기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시도들 중 최상의 결과는 에드가 빌처(Edgar Villchur)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어쿠스틱 서스펜션(Acoustic Suspension)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토대로 1954년에 웨스턴 일렉트릭 유닛인 755a가 내장된 AR1이라는 기념비적인 명기를 내놓게 된다. 당시의 스피커들은 저음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해 인클로져를 크게 만드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었는데, 빌처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특수하게 고안된 밀폐형 인클로져를 채용함으로써 작은 크기의 스피커에서도 얼마든지 양질의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빌처는 AR 브랜드를 통해 스피커, 턴테이블, 앰프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오디오를 꾸준히 선보였다. 특히 AR의 스피커들은 가정용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페셔널 무대에서 사용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진정한 걸작들이었다. 특히 지휘자 카라얀은 죽을 때까지 AR의 오디오 시스템을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40년대 말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세계 최초로 LP를 발매하게 된다. LP의 등장은 음악의 녹음과 재생에 관한 퀄리티를 더욱 향상 시켰으며, 프로용이나 가정용 할 것 없이 오디오 전반에 대한 크나큰 질적 발전과 양적 발전을 가져오는 결과는 낳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이파이의 시대가 개막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마란츠(Marantz)가 오디오의 역사에 등장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당시의 레코드 회사들은 각각 상이한 방법으로 레코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레코드들을 제대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레코딩 특성에 맞는 서로 다른 이퀄라이저가 필요했다. 마란츠의 설립자인 솔 B. 마란츠(Saul B. Marantz)는 이러한 사안에 착안하여 50년대 초 오디오 콘솔릿(Audio Consolette)이라는 이름의 프리앰프를 발매하게 된다. 이것이 그 유명한 '마란츠 모델 1'이다. 마란츠 1은 각각의 레코드들에 적합한 여러 가지의 이퀄라이저를 탑재함으로써 레코드의 재생을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걸작이었다.

이후 레코드 회사들의 이퀄라이저 커브가 RIAA곡선으로 통일되고, 게다가 57년에는 스테레오 레코드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프리앰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전설적인 명기 마란츠 7은 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1958년에 발표되다.
12AX7 진공관을 이용한 마란츠 7은 흠잡을 데 없는 우수한 소리와 수려한 디자인으로 단번에 오디오의 레퍼런스로 자리잡게 되었고, 특히 포노단의 우수성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마란츠 7과 짝을 이루는 마란츠 9은 모델 2, 5, 8 등을 잇는 마란츠 파워앰프의 최고봉으로써, 채널당 4개의 6CA7(EL34) 진공관을 사용한 모노 블록 앰프이다.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명기 중의 명기라고 할 수 있다.


50년대에 마란츠와 쌍벽을 이루던 최고급 앰프로 매킨토시(Mcintosh)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매킨토시는 1946년에 출범한 메이커로, 처음에는 프로용 음향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오디오업계에 진출했다. 매킨토시가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된 시발점이 되는 모델은 프로용으로 개발된 50W-I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는 출력이 클수록 왜율이 커진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었고, 따라서 양질의 음질을 내주는 대출력의 앰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매킨토시의 엔지니어인 고든 가우(Gordon Gow)는 두 개의 트랜스 권선을 동시에 감는 이른바 다중 권선(Unity-Copled) 트랜스를 개발하여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였다. 그래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0W의 대출력을 내면서도 왜율이 극히 적인 앰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 앰프는 50W-II로 개량되면서 그 명성을 더욱 더 확고하게 다지게 된다.

이후 MC30을 시작으로 검정색과 크롬 도금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샤시가 매킨토시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매킨토시는 계속해서 6550진공관을 사용한 MC60을 발표했고, 스테레오 시기에 접어들자 당사 최초의 스테레오 파워앰프인 MC240(6L6pp)와 역시 당사 최초의 스테레오 프리앰프인 C20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후 매킨토시는 영국 GEC의 KT88 진공관을 사용한 파워앰프 MC275를 내놓았는데, 이는 마란츠 9과 함께 진공관 시대에 제작된 최고의 파워앰프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직까지도 그 명성이 유지되고 있다.  MC275와 짝을 이루는 프리앰프 C22 역시 마란츠 7과 쌍벽을 이루던 프리앰프의 전설이다.

매킨토시는 화려한 외관과 매킨토시만이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출력 트랜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앰프 메이커로써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을 당당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요즘에는 진공관 리시버로 유명한 피셔(Fisher), 성능 좋은 튜너 개발에 주력했던 스코트(Scott), '  스테레오 70'이라는 명기를 탄생시켰던 다이나코(Dynaco), 피어리스 출력 트랜스를 채용한 걸로 유명한 히스키트(Heathkit), 그밖에 셔우드(Sherwood)나 에이코(Eico)와 같은 마이너 브랜드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질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속속 발표함으로써 오디오의 황금시대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처럼 이 시기의 미국 오디오는 그야말로 열정이 넘쳐흐르던 최고의 시기였다. 오디오에 인생을 건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오디오의 역사를 자신들의 힘으로 썼던 바로 그 시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과는 달리 오디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상당히 높았으며, 당시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했듯 자신들이 누리고 있던 넘치는 풍요를 주체하기 못해 각 분야에 엄청난 물량투입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오디오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안되면 되게 하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고, 오디오계의 수많은 별들이 전쟁을 벌인 결과 엄청난 전리품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황금시대, '하이파이의 최전성기'를 생각하며 그 시대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아... 그 시대를 다 카포(Da capo)할 수만 있다면...      


  글:      하이파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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