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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미제빈티지전문가 김형택씨 인터뷰 2부

2004.09.04 03:41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14995 추천:539



하이파이뮤직은 우리나라 오디오의 현주소에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이번에는 빈티지 수리 전문가이자 앰프제작자인 김형택님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김형택씨 특유의 색채와 주장이 상당히 강하게 들어가 있는 인터뷰이기 때문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전문을 다 싣고 전문의 분량이 상당히 길고 아메리카 빈티지에 대한 1 부에 이어  2,3 부로 나누어 싣습니다.


프롤로그


현재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에는 크게 보아 두 개의 서로 상반된 오디오의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엔드 오디오와 빈티지 오디오가 그것입니다. 하이파이뮤직에서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두 가지 큰 줄기, 즉 하이엔드 오디오와 빈티지 오디오 양쪽을 더욱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김형택씨와의 뜻깊은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김형택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빈티지 전문가 중 한 분이십니다. 현재 <서윤전자>의 대표로서 빈티지 오디오 수리 및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시며, 그동안 국내의 여러 오디오 잡지에 오디오 평론 및 빈티지 오디오 관련 기사 등 수많은 글들을 발표하셨습니다.
서윤전자는 주로 주문제작 방식에 의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대량으로 생산된 '바로크' 프리앰프는 생산된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디오 애호가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명기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하이파이뮤직 취재진은 김형택씨의 작업실이 위치한 영등포 유통상가를 찾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김형택씨와의 인터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이파이뮤직 :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형택 씨는 한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빈티지 오디오 특히 알텍 전문가이십니다. 디지털앰프와 스피커가 등장한 현대 빈티지 오디오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입니다.
현시점에서 빈티지 오디오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김형택 : 현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현대 기기들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기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 : 빈티지 사운드에 대한 의견도 아주 다양합니다. 빈티지 오디오는 하이엔드보다 열등하지만 회고적인 기분이 장점이다. 빈티지야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소리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 반면, 빈티지 사운드 자체를 부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김 : 빈티지와 현대 사운드의 차이는 단지 장르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소리를 재생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빈티지 사운드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대 하이엔드 기기들이 내주는 소리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 : 그러나 상당수의 오디오파일들이 빈티지를 열등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기술적인 한계에 의해서 소리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예는:
빈티지의 좁은 대역폭 때문에 답답하며, 원음을 재생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 : 솔직히 말해서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정말 답답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전자 전기에 대한 지식을 대체로 1950 년대 이전에 쓰여진 일본 서적에서 배웠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공부를 할 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을 가지고 교과서로 사용했습니다. 50년대 이전의 일본의 전자공학 및 오디오에 대한 기술적·이론적 수준은 아주 낮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말입니다. 수준 낮은, 그리고 잘못된 지식들이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머리 속을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빈티지 오디오가 대역이 좁다는 선입관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미 1948년에 알텍에서 20Hz에서 20 KHz를 커버하는 트랜스를 개발했습니다. 이 정도면 다들 잘 아시다시피 오디오가 재생해야할 주파수 대역을 완전하게 커버하는 것입니다. 트랜스뿐만 아니라 스피커 유닛도 20KHz까지를 무난하게 재생하는 빈티지 유닛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열등함을 내세워서 빈티지 기기들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단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하 : 그럼 빈티지와 하이엔드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취향일 뿐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김 :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취향의 문제이고요.

하 : 평소 김형택씨는 60년대까지가 오디오 기술의 최정점이었고,  그 이후로는 오디오가 오히려 퇴보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김 : 당연하죠.

하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 : 사실 오디오는 요즘이 예전보다 더 열악합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전자산업의 퇴조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전자·가전 산업이 산업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류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대학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대거 전자회사로 흡수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음향 산업은 당시로서는 가장 첨단의 산업이었습니다. 요즘 IT 분야가 각광을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알텍의 경우 최 전성기 때는 박사출신의 연구원이 3천명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웨스턴 일렉트릭의 연구부문 협력 기관이었던 벨 연구소에는 전자공학 박사가 무려 2 만 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자공학에 대한 선호가 일단 사라진데다가 박사 출신들이 전자회사로 가지 않습니다. 특히 오디오 쪽으로는 더더욱 가지 않죠. 요즘 오디오 회사들의 수준은 대부분 아마추어 수준입니다. 수 천명의 전문적인 기술진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내놓은 제품과 요즘처럼 소수의 몇몇이 단지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서 내놓은 제품과는 차원이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 : 그래도 전자공학 자체는 발전을 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김 : 물론 발전을 하긴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향 평준화된 기술이 오디오로 넘어왔느냐, 이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소리를 재생한다는 측면에서는 거의 발전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 동안 특히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던 부분은 주로 디지털 분야였는데, 이건 음악을 담는 매체 변화의 수준이지 본질적인 소리의 재생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 : 그러면 요즘 생산되는 하이엔드 기기들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발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까?

김 : 그렇습니다. 약간 부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지난 30년간 정말 획기적인 그런 회로가 있었습니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하 : 그렇지만 대다수의 하이엔드 메이커들에서는 대단한 신기술과 엄청나게 공을 들여 선별된 부품을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김 : 그건 하나의 상술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특히 부품을 선별해서 썼다는 그런 얘기는 사실 군수업체들이 사용하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군수장비의 경우 열악한 상황이나 치열한 교전 중에서도 기기가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도 엄격하게 선별하여 사용합니다. 상업적인 이유에서 이러한 컨셉이 고급 오디오 시장에 통용되기 시작했던 것이지만, 이게 과연 오디오의 음을 재생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 : 초창기 하이엔드의 경우 부품으로 가득 차 있고 또 무겁고(웃음) 그랬는데, 요즘 기기들 중 상당수는 아주 간단하고 뭐랄까... 텅 빈 것 같고 그런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화나 간단화를 회로 기술이 발전되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김 : 발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퇴보 한 것입니다.

하 : 이러한 신기술들이 대거 도입되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들 하는데요.

김 :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오디오 가격이 계속 비싸지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현재는 오디오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인데다가 시장 자체도 날로 좁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디오 메이커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아트 개념, 명품 개념으로 오디오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마크 레빈슨이 채택했던 공법 중 하나가 앰프의 샤시를 알루미늄 공예가에게 맡긴 것이었습니다. LNP-2 같은 앰프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자세히 보면 패널에 새겨진 글자체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제품 하나 하나를 일일이 알루미늄 공예가가 다 조각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완전히 알루미늄 아트라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메탈 아티스트의 작품인 것입니다(웃음). 이러니까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컨셉을 가장 대표하는 메이커가 골드문트 입니다. 물론 골드문트의 경우 자기만의 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쪽은 확실한 자신들만의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음악과 일렉트로닉스를 잘 접목해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케이스라고 봅니다.

하 : 골드문트의 오디오적 음악성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김 : 좋은 제품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돈주고는 안 삽니다(웃음).

하 : 그건 또 왜 그런가요?

김 : 너무 비싸요(웃음). 제가 인정은 하지만 그걸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샤시를 열어보면 대번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마크 레빈슨은 들어간 부품이나 많지....(웃음). 몇몇 하이엔드 앰프들 중에는 샤시를 열어봤을 때 이것은 소리하고는 상관없이 정말 돈주고 살만한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앰프들이 있습니다. 엄청난 물량투입과 정교한 구성 등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골드문트는 이런 느낌이 덜 와 닿는 편입니다.

하 : 회로적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김 : 전자공학적으로 오디오에 쓰이는 건 4단자 회로망이라고 해서 인, 아웃이면 끝입니다. 거기서 특별하게 뛰어나다거나 또 엄청나게 많이 바뀔게 뭐가 있나요? 제가 참 요즘 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바뀐 것이 별로 없는데도 뭔가가 엄청나게 향상되고 발전된 것처럼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오디오 시장이 상업주의에 너무나도 많이 물들어 있습니다. 요즘 오디오는 아트 개념, 명품 개념으로 이해하고 거기에 대한 돈을 지불해야지 순수하게 소리를 재생한다는 기능으로서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조금 배가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하 : 그러나 60년대까지의 오디오 업계의 분위기는 달랐다는 말씀인가요?

김 : 네, 그때는 아주 순수했고 소리를 재생하는 기기로서의 오디오에 대한 보편 타당함을 추구하던 시기였습니다.

하 : 갑자기 의문이 듭니다. 현재의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다들 저마다 보편 타당함을 추구한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충실한 원음의 재생만을 위해서 노력한다던가.

김 : 절대 아니죠. 요즘 하이엔드는 만든 사람의 주관이 너무 많이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유저의 취향이 제작자의 취향과 감성적 공통점이 많으면 그 기계를 오래 가지고 행복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닐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이엔드 애호가들이 기기를 엄청 많이 바꾸는 것입니다.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사활은 조금이라도 업 버전된 기기를 만들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계속 소비를 촉진 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더욱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거죠. 미술품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완전히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 수준이라며 쳐다보지도 안잖아요. 그게 만약 십 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면 그 그림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 작품의 깊은 사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싸기 때문에 그 작품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파울 클레나 이중섭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이 사람들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천재 미술가들입니다. 정말 유치원생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값은 엄청나죠.
요즘은 오디오가 이러한 아트의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리고 가졌을 경우 소유욕의 충족이라는 면에서 뛰어나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오디오로서의 기능과 부합하느냐하는 점은 의문입니다. 그리고 계속 말씀드리지만 너무 비싸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입니다.

하 : 빈티지와 하이엔드의 극한은 서로 만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맞는 말이죠. 소리를 재생한다는 본질적인 임무를 띠고 있는 기기들이 서로 완전히 다를 수가 있을까요? 서로 서로가 조금씩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뿐이지, 그것이 아주 틀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이지만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반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메이커들이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하 : 현대 오디오 시장에 만연해있는 무분별한 상업주의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김 : 요즘 오디오는 단순한 껍질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예전에 TR 앰프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일본에 "가네다"라는 사람이 DC앰프라는 것에 불을 붙여서 일본에서 아주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발표한 회로를 봤더니 그럴 듯 하더군요. 그래서 아주 열심히 만들어 봤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부품은 없어서 대충 근접하게 만들었는데, 그럭저럭 들을 만해요. 소리가 밝고 화사하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이 계속 회로를 발표할 때마다 이전의 소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전의 소리는 뭐 가랑잎이 말라비틀어진 것 같은 소리고... 등등... TR 을 다른 것으로 바꾸니 더 좋아지고... 그래서 생각했죠. "이 사람이 또 시작이로구나..." 이전 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전 것들을 가지고도 전혀 문제없이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었거든요. 뭘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겠지만 과거를 부인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부인할 필요 없이 예전엔 이 점이 좀 부족해서 이렇게 바꿔봤다, 뭐 이런 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그렇지만 예전의 만든 걸 완전히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 : "가네다"씨의 경우는 아무래도 어떤 상업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김 : 그 사람은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교의 교주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이 사람이 발표한 회로의 부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부품 전문점이 있습니다. 그 부품 전문점은 "가네다"하고 계약을 맺어서 이 사람이 발표한 회로에 쓰인 모든 부품을 파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운 회로가 발표될 때마다 "가네다"는 이전의 소리는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가 없는 소리라고 하면서 매도해 버리니까 결국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거죠. 하이엔드하고 조금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니까 과거를 너무 무분별하게 부정하고,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하 : 진공관을 특히 고집하시는 걸로 알고 계신데, TR 앰프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진공관만을 특별히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제 감성에 진공관이 더 맞는다는 것뿐이지 TR도 그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유만 있으면 진공관과 TR 시스템을 둘 다 운용하려고 합니다. 특히 넬슨 패스가 만든 앰프는 정말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마크 레빈슨처럼 그렇게 다작은 안 했거든요. 현존하는, 앰프를 가장 잘 만드는 제작자는 넬슨 패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74 년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미국에서 발행되던 <오디오>라는 잡지를 사보고 나서였습니다. 그 잡지에 패스가 20 와트짜리 앰프회로를 발표했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확실히 타당성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 기사를 오려 놓았었는데, 몇 년 전 그때 잘라놓은 잡지의 회로도를 가지고 국내 하이파이동호회에서 많이 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 : 이건 여담입니다만 그런 식으로 복각을 하면 제 소리가 나오나요?

김 : 그 앰프의 경우 패스의 의도는 누가 만들어도 자신이 생각한 그 소리가 나오게 만든다는 것이었거든요. 그걸 국내에서 한참 복각하고 있을 때가 'Pass Aleph 0'가 처음 시장에 소개되었던 때였는데, 만들어본 사람들이 Aleph 0와 만든 것을 비교해보고는 본질적인 차이는 못 느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하 : 미제 기기들을 특별히 선호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독일제나 영국 제 빈티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사실 우리가 미제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미제 빈티지에 대한 어떤 각인 현상 같은 것이 제 마음속에 있었던 같습니다. 독일제의 경우는 메카니컬한 부분은 정말 뛰어납니다. 일례로 2차 대전 때 미군 잠수함의 배관 레버 중 중요한 것은 독일 Bosch의 제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전자 부품은 전반적인 품질이나 뭐 기타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해 볼 때 특별히 놀랄 정도로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50~60년대 미제 앰프들에 독일제 부품들이 많이 사용된 것을 보고 독일제 부품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예라고 말씀들을 하시지만 정확히 맞는 말은 아닙니다. 당시는 동서 냉전의 시대였고, 따라서 미국은 독일을 경제적으로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러한 마샬 플랜의 일환이 오디오계에도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독일제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해서 오디오에 썼던 것이죠. 독일제 부품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전에 취급하던 정밀 신호 제품 중에는 Siemens 것들이 있었지만 어느 부분은 너무 합리적으로 만들려고 애를 써서 내구연한이 떨어지거나 혹사당하는 환경에서 여지없이 타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음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보편타당함이 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봤을 때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제 부품들은 아무거나 끼워도 어느 정도 수준의 소리는 나거든요.

하 : 그러면 미제가 가장 우수하다는 건가요?

김 : 그런데 미제는 어떤 것을 막론하고 대량생산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꼭 음질을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디오적인 면에서는 조금 열세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독일제와 미제의 경우 특유의 음질상의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에 취향의 문제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겁니다. 다만 우리는 삼겹살 취향이기 때문에 조금 기름기가 있는 것을 원하지만 편육처럼 기름이 쏙 빠진 것은 어느 때는 좋지만 어떨 때는 영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데, 독일제 시스템에서는 가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 : 새로 발매되는 부품들, 특히 새로 만들어진 진공관 등을 무조건 불신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그건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요즘 동구권에서 나오는 진공관들은 좋은 것이 아주 많습니다. 러시아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품질 자체는 매우 우수하죠. 그 진공관에서 내는 소리가 마음에 드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이지 객관적인 품질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은 아직도 군수장비에 진공관은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진공관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가 단절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요즘의 상황이 이런 세세한 것들을 따질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옛날 관이 좋다 나쁘다 이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 있으면 그냥 쓰는 겁니다. 시간이 흘러서 얼마 후에 우리 아들놈은 소브텍 진공관을 최고의 음질을 가진 진공관으로 칠 수가 있다는 거지요. 이런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잘 들으면 되는 것이지 너무 기계에 신경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진공관은 소모품입니다. 영원히 쓰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죠. 수명이 다 되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집착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있으면 쓰고 다 쓰면 버리고... 전 삼성에서 만들었던 진공관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꺼내어 들어보곤 합니다만...

하 : 그러면 진공관 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김 : 회로, 부품, 만듦새 이렇게 세 가지가 중요한데, 부품 중에서는 진공관과 트랜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뭐 아주 논쟁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진공관은 앰프에서 뽑아버리면 끝장입니다. 그렇지만 트랜스는 그대로 붙어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주관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얘기는 아니지만 트랜스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는 진공관에서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스피커에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트랜스가 나쁘면 진공관을 아무리 좋은 것을 꽂아도 좋은 소리가 날 수가 없는 겁니다. 음의 출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료 공학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트랜스가 진공관 앰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 : 트랜스의 경우 재료 면에서 옛날 것이 더 좋다고 하던데요.

김 : 재료는 요즘 만든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좋은 재료를 오디오용 트랜스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양질의 트랜스가 드문 것입니다.

하 : 트랜스를 감는 기술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김 : 감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순전히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아야 합니다. 아주 없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지만 특별한 기술을 동원해서 감았더니 소리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그런 얘기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물론 상업적인 선전효과는 있겠죠. 제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 유도의 법칙을 확립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코일만 뭉쳐놔도 전류는 넘어갑니다. 문제는 효율에 있습니다. 트랜스의 코어는 예를 들면 촉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전류를 더 잘 넘겨주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일만 있을 때보다는 코어가 있을 때가 더 좋은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코어의 재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질면에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이 옛날보다 더 많이 좋아졌는데, 결정적으로 그걸 오디오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또 오디오용 코어를 만드는 노하우가 단절되었습니다.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트랜스 공장이 거의 다 생산을 중단했으니까요.

하 : 그래도 매킨토시 같은 건 TR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쭉 트랜스 방식을 썼으니까 명맥이 계속 유지되지 않았을까요?

김 : 아니, 원래 매킨토시의 트랜스는 사실 고급 트랜스가 아닙니다. 다들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 : 그런데 무슨 특수한 권선 법을 썼다고 하잖아요.

김 : 코어가 나쁘니까 권선을 가지고 난리를 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회사의 트랜스들을 여러 개 분해 해 볼 기회를 가졌는데 특별한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감는 방법은 상업적인 광고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실질적인 음질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오디오 리서치는 7층 권선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과거에 만든 오디오 리서치 중에서 현재 명기라고 일컬어지는 기기는 없다고 봅니다.

하 : 오디오 리서치를 별로 안 좋게 보시나요?

김 : 초창기의 오디오 리서치 제품들, 그러니까 D-76 하고 250였던가요? 메타 셋 달린 것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눈에 들어오는 기기가 없습니다.

하 : 알텍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데요, 알텍은 선호도가 상당히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김 : 제 생각에 알텍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기기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하 : 왜 알텍에 심취하게 되신 건가요?

김 : 원래 아주 오래 전에는 JBL을 좋아했습니다. 43XX 시리즈의 스피커들이 처음 시장에 소개되었을 때는 "바로 이 스피커가 내 취향이야!" 라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피커들을 써보고 연구하면서 진공관 앰프로는 이들 스피커의 능력을 100% 끄집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TR 시대에 나온 스피커들이라 TR로 매칭을 시켜야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CDP에 CD를 넣고 프리앰프의 볼륨을 올린다. 알텍 A7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 : 네트워크 같은 건 손을 보신 건가요?

김 : 네, 제가 만든 것을 씁니다.

하 : 앰프는 무엇을 쓰신 거죠?

김 : 원래 알텍 앰프를 쓰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상 임시로 아는 사람이 만든 300B를 쓰고 있습니다.

하 : 제 생각으로는 예전에 이곳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6L6 싱글앰프가 더 좋았던 것 같은데요?(웃음)

김 : 이 앰프는 저역이 조금 느슨합니다. 지금 나오는 소리는 이전에 제가 내었던 소리의 한 60% 정도로 보시면 될 겁니다. 관을 6L6 을 쓰면 소리가 엄청 쫄깃하고 밀도 있게 납니다. 제가 알텍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어떠한 가미를 하지 않은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알텍보다 대역이 넓던가 훨씬 더 평탄한 소리가 나는 스피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알텍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과 스피커로서의 높은 완성도 등 총체적인 의미에서 알텍을 능가할 수 있는 스피커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텍은 '소리 그 자체'를 재생하려고 노력했던 회사 중의 하나이고, 또 이런 면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즉 어떤 소리를 담은 신호가 여러 경로를 거치는 동안, 어떠한 손실과 왜곡도 없이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서 정말 순수하게 노력했던 회사였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음악성 같은 것도 그들의 안중에는 없었습니다. 소리 그 자체에만 심혈을 기울였던 거죠. 요즘과 같은 그런 천박한 상업성도 없었습니다. "스피커에 어떻게 전기 신호를 넣어서 이 들어온 신호를 하나도 빠뜨림 없이 내주느냐"에만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정말 순수했습니다.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아니면 어떻게 독특하게 만들어서 내 이름을 떨칠까, 이런 것에 신경을 쓴 흔적이 많은데, 알텍은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오직 소리 그 자체만이 문제였죠. 그렇기 때문에 개발된 지 이렇게 오래 되었어도 그 완성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고려청자처럼 다시는 만들지 못할 스피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오디오가 전자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망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겁니다. 따라서 예전에 총력을 기울여서 만든 물건하고 요즘처럼 아마추어적으로 만든 기기들과는 절대로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트랜스나 스피커라는 것은 무슨 방짜로 만드는 징이나 종을 만드는 것처럼 장인이 혼자 망치로 두들겨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훌륭한 트랜스나 스피커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전체적이고 거대한 산업적 기반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산업적 환경의 변화가 과거 오디오 전성기와 현재의 오디오 침체기를 구분 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간단하게 철심 하나만 가지고 예를 들어볼까요? 한 달에 적어도 수십 톤의 철심을 쓰는 회사가 오디오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철심을 만들기 위해 특별 주문을 했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 비교적 저렴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질 좋은 철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식의 부품 조달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런 것을 쓰지 않는데, 한 100 Kg만 만들어달라고 하면 누가 만들어주겠습니까? 어떤 총체적인 산업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연구에 의해 획득된 특유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철심을 쓰려고 하는데 철광석은 어느 광산에서 채굴한 것으로 가져다가 녹여서 온도를 한시간 동안 X000 도로 유지하다가 두 시간 후에는 X00 도로 내려서 몇 시간 후에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압연 해달라." 뭐 이런 것이 아주 중요한 노하우거든요. 일본도 같은 것은 망치로 두들기고 담금질하는 방법에서 좋은 칼이 결정되는데, 철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철광석을 녹일 때부터도 중요하고, 철물을 압연을 해서 철판으로 펼 때도 중요합니다. 자화를 시켜서 압연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걸 다시 열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 열처리는 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500도로 해야 하는데 450도로 해서는 원하는 코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시간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두 시간 해야 할 것을 한 시간 한다면 이 역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 모두가 만드는 회사 밖에 모르는 노하우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단절되었다는데 비극(?)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정이 안 좋으니까 500도 하던 걸 그냥 450도로 하자든지, 두 시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장사도 안되고 하니까 한시간만 한다든지 또는 모르기 때문에 대충 하자 이러니까 예전의 그 소리가 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필수적인 노하우가 단절됨으로써 오디오의 역사는 퇴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 : 그러니까 알텍을 사랑하시는 이유는 오디오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상의 환경에서 제작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김 : 네, 그렇습니다. 또 중요한 사실은 엄청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다 잘 나오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소리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썼으니까요. 흔히 음악성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한쪽으로만 치우친 스피커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이 놈의 알텍은 뭘 걸어도 잘 나옵니다(웃음). 물론 자신이 현만 듣는다, 뭐 이러면 탄노이나 QUAD ESL 같은 스피커를 쓰면 되지만 다른 장르를 소화시키기엔 역부족일 때가 많은 것을 보아 알텍이 더 보편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 : 알텍이 해상력이나 정위감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김 : 정위감은 오히려 요즘 스피커들보다 더 뛰어나죠. 그 예로 대다수의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정위감 때문에 알텍의 604 스피커를 사용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초 하이엔드 스피커들처럼 극세 묘사는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이지 음악을 듣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 : 또 저역에 문제가 있다거나 고역이 쏜다는 말도 있는데요.

김 : 그것은 운용을 잘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지금 들으시는 음악의 고음이 자극적으로 들립니까?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실제로 전혀 고역이 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건방진 소리로 들리시겠지만 알텍의 소리가 쏜다거나 저역이 잘 나오지 않는다라고 하면 제 생각에는 "저는 오디오 운용 능력이 부족합니다"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 그러면 알텍을 쓰려면 항상 네트워크 같은 걸 손봐야 하는 건가요?

김 :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들어보시고 오리지널이 좋으시면 그냥 쓰시면 되고 마음에 안 드시면 약간의 튜닝을 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A7 같은 경우는 네트워크가 원래 극장용이기 때문에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쓰기 위해서는 어테뉴에이터가 고음을 적어도 15 데시벨까지는 떨어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원래 알텍에서 나온 가정용 네트워크는 20 데시벨까지 떨어뜨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극장용에 사용하는 네트워크들은 4 dB 에서 6dB 까지만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들으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정용으로 나온 A-5 용 N-500-FA 는 20데시벨까지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 번은 오리지널 네트워크 대신 제가 만든 것을 가지고 세미나에 갔었는데, 거기서는 소리가 별로 안 좋았습니다. 공간이 넓었기 때문입니다. 멀리까지 소리가 잘 안 날아가더군요. 넓은 공간에서는 오리지널 네트워크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이럴 경우 멀리서도 저음이 아주 잘 들립니다. 이 스피커가 얼마나 뛰어난 스피커인가를 알 수가 있죠. 저는 아주 좁은 공간에서부터 체육관 같이 넓은 공간에서도 알텍을 울려봤습니다. 아마 갖가지 크기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알텍을 울려봤을 겁니다. 대는 소를 겸하기 때문에 이 스피커들은 잘만 가지고 튜닝을 하면 엄청나게 좋은 소리가 납니다. 제가 한 10년 전쯤에 A-7 여덟 개를 가지고 장충 체육관 정도 크기 되는 곳에서 울려봤는데 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저음의 양도 적당하고 명료도, 해상력 전부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그때 새삼 알텍이 정말 좋은 스피커라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하 : 그런데 하이엔드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지금 흘러나오는 이런 소리를 해상력이 부족하다고 하시거나 느끼한 소리라고 하시더군요.

김 :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감성에 이런 소리가 맞지 않을 수가 있죠.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틀어준다. 모두들 잠시동안 음악에 집중한다)

김 : 첼로에서 이렇게 나무의 통 울림이 느껴져야 하는데, 제가 정말 귀가 나빠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는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통에서 나는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줄은 나일론 줄 같고 통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것 같고...

하 :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결국 알텍을 운용을 하려면 어느 정도 자신이 튜닝을 해야 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김 :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들어서 좋으면 그냥 놔두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튜닝을 하셔도 됩니다.

하 : 그런데 튜닝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많이 하는데, 예전엔 관을 바꾼다던가 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김 : 그것은 본질적인 접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오는 전자공학입니다. 전자공학이라는 베이스를 깔지 않고 이것저것 막무가내로 하는 것은 크게 효과를 볼 수 없는 헛된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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