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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 작품58 – 빌헬름 박하우스(피아노),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지휘), 빈 필하모니 (영 데카 SXL2010, 1958년 빈 소피엔잘에서 녹음)


베토벤의 사인(死因)에 대하여는 약물중독 등 논란이 많았다. 그의 주치의 보프루트(Wowruth)는 수십 가지나 되는 약물을 처방했으나 사용 약물의 종류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Thayer's Life of Beethoven, ed. Elliot Forbes, rev. ed., Princeton Univ. Press, 1967). 1827년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지 173년이 되던2000년 10월 드디어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풀린다(래리 와인스타인의 다큐필름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나노테크놀로지(nanotech)라는 최첨단 과학기술 덕분으로 베토벤의 모발을 분석하여 그의 사인은 납중독(lead poisoning)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베토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속에서도 자신의 병을 알고 싶어했으며(당시에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했으며 치료라는 것은 대증요법이 전부였다) 자신의 시신을 연구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당시의 부검 기록 등을 살펴보면 매우 허술하고 더욱이 납중독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악성(樂聖)의 죽음에 관한 의문의 단초를 제공한 두 명의 베토벤 유품 수집가 닥터 알프레도 게바라와 러쎌 마틴 씨에게, 또 베토벤의 사인을 알아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윌리엄 월시 박사 등 연구자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베토벤의 생애에 관한 기록에도 나오는 것이지만 베토벤은 와인을 즐겼고 병마를 이기기 위하여 비엔나 근교의 온천을 찾아다니며 요양했다고 하는데 당시의 와인이나 온천수에는 상당량의 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만성납중독은 중추신경계를 손상하여 경련, 발작 등을 일으키고 신장기능을 저하시키며 소화기계통에 괴사성위장염과 빈혈을 초래한다. 베토벤의 불 같은 성격도 결국은 납중독이 원인임은 더욱 분명해진다. 여기에 간경화로 인한 복수(ascites)까지 동반되었으니 그 고통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고통을 이기기 위하여 모르핀을 쓰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베토벤은 단연코 모르핀을 거부했으며 놀랍게도 고통을 이기기 위하여 오로지 작곡에만 몰두하였다. ‘모르핀을 거부하면서까지 고통을 이겨낸 베토벤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 그날밤을 한없이 울었다’고 베토벤의 사인을 사상 최초로 확인한 월시 박사는 회상한다. 강인한 정신력의 승리자인 베토벤은 다름아닌 구원의 에로이카였던 것이다.        

베토벤의 청력손실은 서른 한살 때인1801년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잦은 이명 때문에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격어야 했다. 자살까지 하려했으나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를 쓴 후 다시 작곡에 전념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무렵 그는 요세피네 본 브룬스비크(Josephine von Brunswick)와 사랑에 빠진다.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죽을 때까지 베토벤은 그녀를 결코 잊지못했다(요세피네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딸의 친부는 베토벤이라는 설이 있다). 그는 모두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였는데(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61의 솔로 파트를 피아노로 편곡한 것을 포함하면 여섯 곡) 이 협주곡은 1805-6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자필악보는 남아있지 않으며 그의 제자이자 후견인인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하였다. 1807년 3월 그의 후견인이었던 로브코비치 공의 궁에서 열린 개인 음악회에서 베토벤 자신의 피아노로 초연되었으며 1808년 12월22일 안 데어 빈극장(Theater an der Wien)에서 역시 자신의 피아노로 일반 청중들에게 공개연주되었다(소위 마라톤 연주회라 하여 교향곡 5, 6번 등의 작품이 동시에 초연되었다). 이후 베토벤의 청력손실은 더욱 악화되어 거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연주회는 베토벤 자신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회가 되고 말았다. 초연 당시, 예술적이며 비범한 작품이라는 비평(Allgemeine Musikalische Zeitung)과는 달리 청중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1836년 멘델스존이 이곡을 라이프치히에서 다시(부활) 연주하기까지 초연후 거의 30년 동안이나 잊혀져 있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연주를 접한 슈만(당시26세)은 ‘숨을 멎게 할 만큼 나를 꼼짝할 수 없게 하였다’라고 소감을 적고 있다.

플루트,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악5부와 피아노 솔로파트로 편성되어 있으며 전형적인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 Allegro moderato, 2악장 Andante con moto, 3악장 Rondo: Vivace.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3번이 비교적 화려하며 5번(황제)은 장대하다고 한다면 4번은매우 시적이고 청명하며 서정적이다. 1-3번이 전형적으로 긴 서주후에 독주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고전 협주곡 양식을 따랐다면 4번의 1악장은 파격적이다. 청명한 선율, 간결한 화음으로 이루어진 짧은 모티브는 서주에 앞서서 피아노의 모노로그로 시작된다. 초연 당시 청중들은 전형적인 고전 협주곡 스타일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제는 현악기군에 전해지고 서서히 고양되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대비의 관계를 이루어 카덴차 부분으로 오면 피아노의 비르투오시티는 유감없이 발휘된다(베토벤 자신이 쓴 카덴차가 가장 유명하다). 2악장은 g단조의 어둡고 장중한 현악기군의 유니즌(unison, 齊奏-같은 멜로디를 둘 이상의 다른 악기들이 함께 연주하여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시작되며 여기에 화답하는 피아노는 정일하여 실내악적이며 대조적이다. 현악기군과 피아노의 대화는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를 이룬다. 1악장이 한 여인을 향한 지순한 사랑의 감정이 담긴 한편의 서정시이자 자기고백적인 악장이라면 2악장은 베토벤 자신의 독백이다. 3악장에서는 다시 서정적이며 청명한 선율로 돌아간다. 비바람 후에 해가 비치듯 활기차고 힘이 넘친다. 앞날의 희망을 담은 악장이다.

빌헬름 박하우스(1884-1969)는 생전에 피아노의 사자왕으로 불리었을 만큼 스케일이나 표현은 깊고 장대하다. 따라서 독일 고전으로부터 낭만파 작곡가들의 작품, 특히 베토벤 피아노 음악은 연주의 전형이며 규범이라 할 수 있다. 라이브나 방송녹음을 제외하면 4번 협주곡은 위의 음반을 포함하여 모두 세번 녹음하였다. 이 녹음이 최고의 연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연주는 힘이 있으며 풍격이 있다. 그러나 매우 소박하다. 특히 2악장의 독백은 누구도 따를 수 없으리만큼 청초하다. S-이세르슈테트의 지휘와 빈 필의 연주도 두말이 필요없다.

*추천음반
1. 에밀 길렐스, 조지 셀, 클리블랜드 관현악단(1968, EMI) – 풍격의 연주. 두 거장의 대화는 절묘하다.
2. 마우리치오 폴리니, 칼 뵘, 빈 필(1976, DGG) – 중후하며 흐트러짐 없는 지휘에 강골의 피아노는 어우러짐이 좋다.    
3. 콘라드 한센,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베를린 필(1943, 러시아 멜로디아) – 녹음 상태는 좋지 않으나 스케일이 대단하다. 자유자재의 연주로 필청 음반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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