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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리골렛또 비청회 녹취록

2004.07.20 08:36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14531 추천:681



오페라 비청회
이번에 작년 9월에 이어 두번째 오페라 비청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페라라고 하면 일반 기악곡에 비해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청회 아이템으로 오페라는 오히려 기악곡보다 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나 기악 연주자들의 소리를 식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오페라가수들의 목소리는 확연히 구별되는 편입니다. 줄거리 및 대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미리 예습해 두면 오페라는 오히려 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귀에 쉽게 들어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큰 무대가 빈번해지는 리골레토
작년 이후 한국에 소위 “운동장 오페라”가 너무 자주 기획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높지만 유독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세계적 오페라 극장 연출 정통무대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작년 너무 경비절감형(?) 무대로 실망을 안겼지만 영국 로얄오페라 연출가와 소프라노 신영옥을 기용한 리골레토가 화제를 모았었고, 올해 7월에는 레오 누치와 조수미를 기용한 볼로냐 오페라의 리골레토가 관심의 대상입니다.

리골레토의 감상 포인트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기 시작한 중기 3대작의 첫 작품입니다.
중기 3대작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이해하기 쉬운 라트라비아타에 비해 조금 어렵게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3막의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 같은 쉬운 곡도 있지만 저역가수 바리톤이 타이틀롤로 설정되어 바리톤의 독창 및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섬세한 이중창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다 비청회를 할 때 아이다의 정수는 2막 개선장면이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된 3막과 4막에 있다는 설명을 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리골레토의 정수도 유명한 공작의 아리아, 질다의 아리아, 4중창 보다도
주연 바리톤의 독창(아리아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전통적인 패턴과 차이가 있습니다) 및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2중창, 그리고 3막에서 자연을 묘사하는 경묘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활용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소재 및 스토리
빅토르 위고의 원작 “일락의 왕(Le Roi s’amuse)”을 많이 완화하기는 했지만 리골레토의 내용은 오페라 무대에 올리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을 정도로 자극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꼽추가 주인공, 공작의 난봉행각, 여성 납치, 청부살인 등은 과거 전통적인 오페라가 왕족 및 귀족들의 품위 있는 내용 중심으로 꾸며진 것과는 무척 대조적입니다. 그렇지만 리골레토는 그만큼 인간의 내면을 통렬하게, 깊이 파헤치고 있는 작품입니다.

비청 대상 소프트웨어
시간제약 상 전곡을 상세히 비교청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감상할 음반은 많은 CD들 중 1955년 모노녹음인 세라핀 지휘 EMI, 1971년 녹음인 보닝 지휘 Decca, 1979년 녹음인 줄리니 지휘 DG, 1984년 녹음인 시노폴리 지휘 필립스 등 4종류이며 극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980년 영상물인 샤이 지휘 Decca LD도 활용합니다.
그리고 2막의 바리톤 독창인 “Cortigiani…” 및 3막의 테너 아리아 “La donna e mobile”는
여러 성악가들의 노래를 직접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툴리오 세라핀 지휘, 티토 곱비, 마리아 칼라스, 디 스테파노, 스칼라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EMI)



2. 리차드 보닝 지휘, 셰릴 밀른즈, 존 서덜랜드, 파바로티 , 런던심퍼니,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Decca)



3. 줄리니 지휘, 피에로 카푸칠리, 코트루바스, 도밍고, 빈필, 빈국립오페라 합창단 (DG)



4.시노폴리 지휘, 레나토 브루존, 그루베로바, 시코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합창단 (필립스)




영상물 샤이 지휘, 잉그바르 빅셀, 그루베로바, 파바로티, 빈필, 빈국립오페라 합창단,
장 피에를 폰넬 연출 (Decca)



감상 트랙

1막

1)전주곡: Decca LD 1번 트랙 (빈필, 샤이),
         이 오페라의 비극적 성격을 잘 함축한 짧은 전주곡

2)공작의 Ballata “Questa o quella”: Decca LD 3번 트랙 (테너 파바로티)

3) 몬테로네의 등장 및 1막 1장 피날레: Decca LD 6번 트랙(바리톤 잉그바르 빅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복선이 제시되는 부분.
         이 영상물에서는 폰넬의 연출로 몬테로네 역과 리골레토 역을 잉그바르 빅셀이 동시에 소화하고
         있음. 몬테로네의 대사 “ Tu che d’un padre ridi al dorore, Sii maledetto!”
        (아버지의 슬픔을 조롱하는 너에게 나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부분이 중요하다. 리골레토는 이 말이
        계속 뇌리에 남게 된다. 배경에 깔리는 합창이 더욱 불안한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4)리골레토의 독백 “Pari siamo!”: 필립스 CD1 9번 트랙 (바리톤 레나토 브루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살인청부업자 스파라푸칠레를 만난 리골레토는 두 사람의 동질성을 언급한
        다. 계속 몬테로네의 저주가 떠오른다. Quel vecchio maledivami(그 노인이 나를 저주했네)가
        반복된다. 주연 바리톤 가수의 기교와 표현력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하는 난곡이다. 특히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5)리골레토와 질다의 2중창: 필립스 CD1 10~13번 트랙
                                                   (바리톤 레나토 브루존,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
        10분이 넘는 긴 장면이다. 라트라비아타 2막의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2중창과 함께
        소프라노+바리톤 중창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명곡이다.

6)공작과 질다의 2중창: Decca LD 13, 14번 트랙 (테너 파바로티, 소프라노 그루베로바)
        공작은 질다에게 자신을 가난한 학생 Gualtier Malde라고 속인다.

7)질다의 아리아 “Caro Nome”: Decca LD 15번 트랙 (소프라노 그루베로바)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보통 주연 소프라노들은 무거운 목소리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리골레토  는 예외적으로 가벼운 목소리의 리릭 콜로라투라로 설정되어 있다.
        리릭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아리아이다.

8) 1막 피날레: Decca LD 16, 17번 트랙
        문제의 납치 장면이다. “Zitti, ziti”라는 짧은 합창이 매우 인상적이다.

2막

1)공작의 아리아 “Parmi veder le lagrime” : Decca CD 7, 8번 트랙(테너 파바로티)  
        전형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식 아리아이다. Ella mi fu rapita로 시작되는 레시타티보에 이어 아리아가
        시작된다. 극 중 공작의 성격과 일관성이 없는 가사내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서
        신하들이 질다를 납치해 왔음을 보고하는 합창에 이어 빠른 템포의 카발레타
       “Possente amor mi chiama”로 연결되는데 실제 공연에서는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파바로티는 이 곡을 높은 C음으로 마무리하면서 고음 구사 능력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2)리골레토의 아리아 “Cortigiani…” : DG CD2  5,6번 트랙 (바리톤 카푸칠리)
                                                               필립스 CD2  6,7번 트랙 (바리톤 브루존)
                                                               EMI CD2  5번 트랙 (바리톤 티토 곱비)
        이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뛰어난 부분이다. 리골레토가 질다를 찾기 위해 공작의 저택으로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정신들에 대한 분노, 애원을 그야말로 애절하게 표현한 명곡 중의 명곡이다.
       카푸칠리는 리골레토역 치고는 너무 noble한 성향을 보이는 것이 아쉽지만 아버지의 슬픔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브루존은 카푸칠리보다 극적인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매우 모범적인 가창이다.
       티토 곱비의 노래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평범하지 않은 감정이입이 극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약간 오버한 느낌은 있지만 섬뜻할 정도의 절창이다.

3)리골레토와 질다의 2중창 “Tutte le feste…”, “Piangi…”
        : DG CD2  7~10번 트랙 (소프라노 코트루바스, 바리톤 카푸칠리)
          필립스 CD2 9~10번 트랙 (소프라노 그루베로바, 바리톤 브루존)
         공작의 방에서 나온 질다를 만난 리골레토는 질다의 고백을 들으며 절망한다.
         너무나도 애절한 선율의 2중창이다. 질다의 고백이 시작되기 전 오보에 반주가 아주 인상적이다.
         루마니아 태생의 일레아나 코트루바스는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역으로도 유명하지만 질다역에
        가장 적합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3막

1) 공작의 아리아: 테너 엔리코 카루소 (RCA)
                                     테너 유시 비욜링 (RCA)
                                     테너 주세페 디스테파노 (EMI, CD2 11번 트랙)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DG, CD2  12번 트랙)
                                     테너 닐 쉬코프 (필립스, CD2  14번 트랙)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Decca, 13번 트랙)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를 취미로 하고 있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리아.
          카루소의 경우 1912년 SP녹음. 비욜링의 경우 1956년 Perlea 지휘 음반.
          마지막 고음처리는 역시 1971년 전성기 파바로티가 가장 기교적으로 완벽하다.
          그러나 비욜링의 호소력, 다소 과장된 느낌은 들지만 감칠맛 나는 디스테파노의 노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도밍고와 쉬코프는 성의있게 부르고 있지만 다소 평범한 느낌.
          카루소의 경우 녹음상태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목소리만큼은 대단한 가수이다.
          다만 발성기법이나 노래패턴이 분명 낡은 것은 사실이다.
          파바로티는 1992년 “파바로티와 친구들” 첫번째 공연에서 1971년 녹음의 이 트랙을 립싱크로
          공연에서 활용하여 도덕성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역설적으로 파바로티의 나이가 들면서 1970년대
          초와 같은 완벽한 고음처리가 곤란했음을 인지할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카루소


비욜링



2) 4중창: Decca CD 트랙 14번(테너 파바로티, 소프라노 서덜랜드, 바리톤 셰릴 밀른즈,
                                                        메조 소프라노 Tourangeau)
       모든 오페라를 통틀어 4중창 중 가장 절묘한 음악이다. 서덜랜드의 음색은 질다에 아주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악적 기교만큼은 대단하다. 4명의 가수들이 절정기의 기량을 마음껏 뽑내고 있다.
       마지막 종결부분에서 자신있게 음을 높여서 처리하고 있다.

3)폭풍우 장면: Decca LD 트랙 5, 6번
             (베이스 Furlanetto, 바리톤 빅셀,  메조 소프라노 Vergara, 소프라노 그루베로바, 테너 파바로티)
       질다가 아버지의 지시를 거부하고 결국 공작을 대신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이다.
       살인이 이루어지고 시체를 포대에 담는 등 매우 격한 내용이지만 폭풍우를 묘사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활용은 오페라 스코어의 수준을 진일보시킨 시도라고 할 것이다.

4)피날레: DG LD 트랙 10, 11번 (바리톤 레오 누치, 소프라노 존 서덜랜드)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7월에 내한하는 레오 누치의 공연모습을 보기 위해 1988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은퇴를 앞둔 존 서덜랜드를 위해 파바로티와 함께 라트라비아타, 도니제티의 루치아,
      리골레토 주요부분을 발췌공연한 영상물로 마무리하였다.
      60세가 넘은 서덜랜드의 모습이 극의 리얼리티를 많이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전성기였던 레오누치의 노래와 연기는 훌륭하다.


글: 장동기

2004 copyright hifi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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