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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아날로그 명반백선 (10)

2005.06.10 11:01

김호덕 조회 수:3971 추천:145



모짜르트(W A Mozart, 1756-1791) : 오페라 ‘돈 조반니’ K527

요제프 크립스 (지휘), 비엔나 필하모닉, 세사레 지에피(돈 조반니), 페르난도 코레나(레포렐로, 돈 조반니의 하인), 리자 델라 카자(돈나 엘비라, 돈 조반니의 옛 연인), 주자네 당코(돈나 안나), 힐데 기덴(체를리나, 농부의 딸), 쿠르트 뵈메(돈 페드로, 세비아의 기사장, 돈나 안나의 아버지), 안톤 데르모타(돈 오타비오, 돈나 안나의 약혼자), 발터 베리(마제토, 농부, 체를리나의 약혼자) (1955. 6. 6-21, 비엔나에서 녹음, Decca-London SXL2117-20 Wide Band Grooved)

1787년 1월 프라하에서 전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대성공을 거두므로 이에 고무된 모짜르트에게 당시 프라하 극장 지배인 본디니(Pasquale Bondini)는 새로운 오페라 작곡을 의뢰하게 된다. ‘돈 조반니’는 그 해 4월에 착수, 여름 동안에 작곡된 모짜르트 최후의 오페라로 모두 2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본은 전작 오페라의 작가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가 썼다 (서곡은 초연 직전에 작곡되었다고 전해짐). 원제는 ‘사악하여 벌 받은 자 또는 돈 조반니(Il Dissoluto Punito, ossia il Don Giovanni)’. 1787년 10월 29일 프라하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 5월 17일 비엔나에서 상연되었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오페라에는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으며 극중 주인공의 이중적인 성격(낙천적인 면과 사악한 면)을 풍자하기 위한 해학뿐만 아니라 권선징악의 교훈적인 면도 있다. 인생의 휘로애락을 자유자재로 표현하였던 모짜르트 답게 등장 인물들의 성격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천성은 낙천적이나 (여색을 탐하므로) 사악하여 하늘의 심판을 받았다는 스페인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대미문의 호색한의 대명사 ‘돈 조반니’에 관한 전설은 멀리 중세기 또는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 작가 몰리에르도 이 전설을 바탕으로 ‘동 쥬앙(Dom Juan)’을 극화하였다. 다 폰테는 이탈리아 시인 베르타니가 쓴 대본과 몰리에르의 ‘동 쥬앙’을 참고하여 모짜르트를 위한 대본을 완성하였다. 무대는 17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아 기사장의 딸 돈나 안나를 정복하기 위해 그녀의 약혼자로 가장하여 잠입한 돈 조반니는 뜻은 이루지 못한채 기사장과의 결투에서 기사장을 죽이고 만다. 이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지 않는 자는 결국 하늘의 심판을 받게된다는 운명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사장의 딸 돈나 안나와 그녀의 약혼자 돈 오타비오는 아버지를 죽인 자,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힌 자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돈 조반니에게 버림 받았으나 그를 잊지 못하는 돈나 엘비라의 간절한 바램에도 상관 없다는 듯 돈 조반니의 엽색행각은 계속되며 그의 엽색행각을 잘 드러내는 ‘카탈로그의 노래’에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돈 조반니를 거쳐간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드디어는 농부 마제토의 약혼녀 체를리나에게 까지 그의 검은 손길이 뻗치는데, 이와 같이 사악한 놀이를 일삼으며 기사장 살해를 숨겨왔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고 만다. 공동묘지로 도망한 돈 조반니는 그 곳에서 기사장의 석상을 만나며 석상을 자신의 성으로 만찬에 초대한다. 돈 조반니의 성에서 기사장의 석상은 돈 조반니와 악수하며 마지막으로 참회하라고 하지만 돈 조반니는 거절한다. 석상은 돈 조반니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 채 땅이 갈라지며 돈 조반니는 석상과 함께 타오르는 불길 속(지옥)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것이 사악한 자의 말로다’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몰리에르(Moliere, 본명은 Jean-Baptiste Poquelin, 1622-1673)는 현대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이다. 그는 문인으로 뿐만 아니라 연출가, 배우, 극장 경영자로서 활동했으며, 파리와 같은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을 두루 체험함으로써 소위 체험적 공간이 넓었다. 이로부터 얻어진 깊고 폭넓은 경험은 창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오늘날 그를 연구하는 평론가들은 그를 문화사회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여 그 진수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몰리에르의 작품이 3백년 넘게 세계 연극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작품이 갖는 문학적 가치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몰리에르의 작품 중 현실적인 의미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동 쥬앙’의 분석에서 프랑스의 평론가 데스뽀르트(Marcel Desportes) 등은 ‘동 쥬앙’의 본질은 몰리에르가 가진 도전 정신에서 나온 일종의 사회풍자라고 주장한다. ‘동 쥬앙’은 엽색행각을 일삼는 단순한 방탕아가 아니라 자유에의 갈망을 방탕이라는 변태적인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아마 이런 점이 모짜르트로 하여금 작곡의 동기를 부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몰리에르는 당시 귀족 등 상류 사회를 관객으로 연극을 만들었지만 내심으로는 그들을 무시하였다 하며, 따라서 절대군주와 향락주의에 반발하여 ‘동 쥬앙’을 내세웠다고도 풀이한다. ‘동 쥬앙’이라는 방탕한 귀족을 통하여 귀족사회를 풍자하고 그들에게 우회적으로 도전했다는 것이다. ‘동 쥬앙’은 작가의 공격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한 작가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성 - 참으로 불가사의 하다 – 으로 볼 때 ‘동 주앙’이야말로 (탈계급주의자이기도 하거니와) 여러 계급의 속성을 두루 가진 복합적 인간이다. ‘돈 조반니’의 천진성, 낙천적인 성격 이면의 사악함으로 대별되는 이중성이나 등장 인물들의 성격 묘사야말로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가지는 미학, 희로애락 표현의 극이 아니겠는가.  

모짜르트는 ‘돈 조반니’에서 전설에 등장하는 사악한 호색한의 엽기적인 행각을 그렸다기 보다는 구극(求極)의 여인을 찾아 번민하며 방황하는 한 남성, 즉 자기 자신이 갈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에 대한 내면을 그린 것이며, 이설이지만 기사장(석상)은 은영중 갈등관계에 있었던 부친 레오폴드를 떠오르게도 한다. 이 오페라는 서곡(석상이 등장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도입부로 시작하여 돈 조반니의 맹렬한 여성 사냥을 특징짓는 알레그로로 넘어감)이 끝나면서 바로 1막으로 들어간다.

악기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트럼본 3, 팀파니, 현악 5부와 무대 위의 목관 및 현.

중요한 대목을 뽑아본다면,
제1막에서
-레포렐로의 아리아 – 밤이나 낮이나 쉬지 못하네(Notte e giorno faticar)
-돈나 엘비라의 아리아 – 짐승 같은 남자가 있는 곳을 누가 말할까(Ah! chi mi dice mai quel barbaro dov’e?)
-레포렐로의 아리아 – 카탈로그의 노래(Madamina! il catalogo e questo)
-돈 조반니와 체를리나의 이중창 – 나에게 그대의 손을…(La ci darem la mano)
-돈나 엘비라의 아리아 – 배반자를 피하라(Ah! Fuggi il traditor)  
-돈나 안나의 아리아 – 당신은 알지요, 나의 명예를 더럽힌 자를…(Or sai chi l'onore)
-돈 조반니의 아리아(샴페인의 노래) - 술이 취할 때까지…(Finch'-han dal vino calda la testa)
-체를리나의 아리아 – 마제토여 때려 주세요(Batti, batti, o bel Masetto)
제2막에서
-돈 조반니의 칸조나타(세레나데) – 창가에 나가…(Deh, vieni alla finestra)
-돈 조반니의 아리아 – 반은 이쪽 반은 저쪽으로…(Meta di voi qua vadano)
-체를리나의 아리아(약방의 노래) – 아시지요, 당신에게 드리는 이 약은…(Vedrai, carino, se sei uonino)
-돈 오타비오의 아리아 – 애인을 위로하며…(Il mio tesoro intanto)
-돈나 엘비라의 아리아 – 저 배은망덕한 자…(In quail eccessi)
-돈나 안나의 아리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Non mi dir, bell’ idol mio)  

2차 대전 종전후 1946년 잘츠부르크 축제 재개장 기념 공연으로 ‘돈 조반니’가 무대에 올랐는데, 이 때 지휘자가 비엔나 출신의 명 지휘자 요제프 크립스(1902-1974)이다. 이 녹음은 당대 최고의 모짜르트 오페라 가수들을 기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나 성악부분을 다소 강조하여 관현악과  언발란스적인 면이 있다.
전설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는 1953, 1954년 잘츠부르크 여름 축제에서 30대 초반의 전성기의 세사레 지에피를 타이틀 롤로 기용하여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려 청중들로부터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영국 데카에서는 잘츠부르크 축제에서와 같은 가수진을 기용하여 푸르트뱅글러의 감독으로 녹음을 계획했으나 그의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인한 급서로 크립스에 의해 녹음되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지금 확인할 수 없다.

이외의 아날로그 명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및 합창단, 에베르하르트 베흐터 등 (1959년, EMI) – 나폴리 파의 오페라 부파적인 요소와 독일 낭만파의 심각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명연. 가수진도 충실하며 특히 주제페 타데이의 레포렐로는 일품이다.
*오토 클렘페러 (지위), 뉴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및 합창단, 니콜라이 기아로프 등 (1966년 EMI) – 느린 템포의 아주 중후한 연주. 가수진도 충실하며 특히 돈 조반니의 악마적인 성격 표현이 돋보인다.

(참고사진) ‘돈 조반니’가 초연된 프라하의 이스테이츠 극장(Estates Theatre, Ovocny trh 1). 스타보브스케 극장이라고도 한다. 지하철 A, B선 무스테크(Mustek)역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2분 정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돈 조반니’의 상설 무대를 열고 있다. 체코 여행 중 꼭 찾아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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