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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마뉴엘 데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 – 발레곡 ‘삼각모자(El sombrero de tres picos)’ – 테레사 베르간자(메조소프라노),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지휘,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영 Decca SXL 2296, 1961년) 

‘삼각모자’는 드비시의 ‘유희(jeux)’, 사티의 ‘파라드(parade)’,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등과 같은 계열의 작품이다.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 주제자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작곡되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디아길레프가 의뢰한 것은 판토마임 음악 ‘地方官과 방앗간집 부인(El corregidor y la molinera, 1917)’이다. ‘삼각모자’는 ‘지방관과…’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여 본격적인 발레음악으로 개작, 1919년에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유럽의 클래식 음악계가 매우 활동적이던 시기의 소산으로 1919년 7월22일 런던의 알함브라 극장에서 레오니드 마신(Leonide Massine, 1896-1979, 러시아 출신의 발레댄서, 안무가로 디아길레프와 활동)의 안무와 주연, 파블로 피카소의 무대 및 의상디자인,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삼각모자’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등 전통춤을 클래식 발레에 접목시킨 마신의 대표적 발레작품으로 초연 당시의 미술이나 음악을 담당한 면면을 보면 그들은 모두 근현대문화예술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데 파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항구도시 카디즈에서 태어나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민족음악 부흥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페드렐(Felipe Pedrell, 그라나도스와 알베니즈의 스승이기도 하다)로부터 작곡을 공부하였다. 데 파야는 27세에 왕립음악원의 신작 콩쿠르에서 오페라 ‘덧없는 인생(la vida breve)’을 응모하여 우승, 바로 다음 날 열린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1위로 입상 함으로서 일약 주목을 받는다. 사족으로, 현대 스페인 피아노계의 여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알리시아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 1923- )를 교육한 프랑크 마샬(Frank Marshall)은 이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였는데 데 파야의 피아노 실력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덧없는 인생’이 당초 약속대로 마드리드에서 상연되지 못하자 데 파야는 파리로 떠나버린다. 1907년부터 1914년까지 파리에 머물면서 드비시, 라벨, 듀카, 포레 등과 교우, 인상주의 음악을 접하며 특히 폴 듀카(Paul Dukas, 1865-1935)의 ‘마법사의 제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는 안달루시아의 전통음악(특히 플라멩코 음악과 칸테 욘도 – Cante jondo는 우리 나라의 판소리 비슷하여, 플라멩코에 동반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말하거나 노래하는 것으로 즉흥성이 강하고 대부분 애조어린 절규에 가깝다)이야말로 스페인 음악의 에센스임을 인식하고 인간적이며 진솔한 리듬의 맥동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정열과 신비적 멜로디를 토대로 한 음악, 다시말하면 스페인의 민족주의적인 요소에 기반을 두고 여기에 인상주의나 신고전주의를 접목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다. 1차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 데 파야는 대표작 ‘사랑은 마법사(El amor brujo, 1916)’,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야상곡 ‘스페인 정원의 밤(Noches en los jardines de España, 1917), ‘삼각모자’ 등을 연속으로 발표, 대성공을 거둔다.

화려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으로 예민하였으며 완전주의자를 원했던 그는 마드리드는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 마드리드의 사교계를 떠나 그라나다에 정착(44세경)하고 창작활동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나 그의 친구이자 시인인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가 파시스트에게 피살되고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가 승리하여 파시스트 독재정권이 들어서자 독재정권을 피하여1939년 아르헨티나로 망명한다. 데 파야는 망명지 코르도바에서 타계하였다. 그는 경건함을 생활의 으뜸으로 삼았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그의 누이 또한 수녀로 일생을 살았다 한다).

대표작으로는 ‘삼각모자’, ‘스페인 정원의 밤’, ‘사랑은 마술사’, ‘덧없는 인생’ 이외에도 4개의 스페인 소곡(4 Piezas espanolas, 1908), 환타지아 베티카(일명 안달루시아 환상곡, 1919), 드비시찬가(Homenaje, pour le tombeau de C Debussy, 1920), 폴 듀카의 무덤에(Le tombeau de Paul Dukas, 1935), 7개의 스페인 가곡(7 Canciones populares Espanolas), 우두머리 페드로의 인형극(El retablo de maese Pedro. 1923), 클라브상 협주곡(1926) 등이 있다.  

(줄거리) 팀파니의 강력한 리듬과 카스타넷츠의 연타, 오레! 오레!의 외침. 메조소프라노의 노래 ‘부인, 빗장을 거시오!’ 등 서주가 끝나면 막이 오른다.

제1막 - 안달루시아의 작은 마을. 볼품 없는 외모의 방앗간 주인과 빼어난 미모를 가진 그의 아내가 등장한다. 남편은 검은 새에게 시간에 맞추어 두번 짹째거리라고 시키지만 새는 세번 짹째거린다. 약이 오른 방앗간 주인은 검은 새를 야단치지만 그의 아내가 새에게 포도를 주자 새는 두번 짹째거린다. 곧 삼각모자를 쓴 못된 지방관과 그의 호위병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전개된다. 방앗간 주인은 아내에게 지방관을 골려주자며 집안으로 숨어든다. 지방관은 방앗간 주인 아내를 보자 첫 눈에 반한다. 방앗간 주인 아내는 관능적인 춤 환당고(fandango)를 추며. 지방관에게 포도를 건내주고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간다. 지방관은 그녀를 쫓아가 마침내 붙잡지만 방앗간 주인이 나타나 지방관을 내친다.

제2막 – 그날 밤, 방앗간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술을 대접하며(마을사람들의 춤이 나옴) 화루카(faruca)를 추어 그들을 흥겹게 한다. 이때 지방관이 호위병을 이끌고 나타나 방앗간 주인은 호위병들에게 끌려가며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이 대목에서 호른으로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주제를 패러디한 부분이 나온다. 방앗간 주인 아내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지방관도 그녀를 뒤쫓아 가지만 발을 헛디뎌 시냇물에 빠지고만다(지방관의 춤). 방앗간집 주인 아내는 잠을 자다가 놀라 도망한다. 지방관은 물에 젖은 제복을 나무에 걸어둔채 방앗간 주인의 침대에서 잠들어버린다. 새벽녘에 도망쳐 나온 방앗간 주인은 그의 침대에서 지방관을 발견하고 그의 아내가 지방관과 바람을 피운 것으로 생각, 지방관의 제복으로 바꿔입고 지방관 부인의 침대로 들어가 앙갚음 할것을 계획한다. 방앗간 주인은 지방관의 제복을 입고 퇴장하며 지방관은 잠에서 깨어난다. 밖으로 나온 지방관은 자신의 제복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하고 방앗간 주인의 옷을 걸친다. 호위병들이 등장, 지방관을 방앗간 주인으로 오인하여 체포하려고 몸싸움을 한다. 이 광경을 본 방앗간 주인 아내도 몸싸움에 합세한다. 다시 등장한 방앗간 주인도 그의 아내를 구하려고 싸움에 뛰어든다. 지방관은 결국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며 마을 사람들은 지방관을 담요에 올리고 행가래를 치면서 막이 내린다. ‘삼각모자’는 힘없는 자에게 부당하게 행사되는 권력과 이에 대응하는 민중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악기편성) 피콜로, 플루트 2, 오보에 2, 잉글리시호른,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타악기 주자 5인, 피아노, 첼레스타, 하프, 현악5부, 메조소프라노 독창(오프스테이지)
앙세르메의 연주는 초연자로서의 역사성의 부각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관록과 격조, 견고한 표현력이 돋보이지만 농밀하거나 열정적인 연주는 아니다. 성격적으로 이지적인 연주이다.    

추천음반

1. 빅토리아 데 로스앙헬레스(소프라노), 프뤼벡 데 부르고스(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EMI, 1964년) – 활기찬 리듬, 농밀한 색채와 표정 등, 스페인 음악의 에센스는 열기로 넘친다. 앙세르메 연주와는 대비되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필청의 명연이다.

2. 로린 마젤(지휘) 베를린 방송관현악단 (DG, 1965년, 모음곡) – 모음곡 형태의 음반. 날카롭고 엄격한 리듬으로 표출되는 개성적인 표현은 강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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