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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샤브리에(Emmanuel Vincent Chabrier, 1841-94): 10개의 회화적 소품(Dix pieces pittoresques), Jean-Joel Barbier(피아노), BAM(la boite a musique) LD(5)097(1964년)  

우리 주변에는 알게모르게 예술과는 무관한 일을 하면서도 여가를 이용하여 시를 짓거나 글을 쓴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또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작곡하는 아마츄어 – <소극적> 또는 <비주류>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전문가(<주류>로 본다면)와 비교하여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경우도 더러 있다. 엠마뉴엘 샤브리에도 이와 같은 <마이너(비주류)> 작곡가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결코 아마츄어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40세에 가까운 나이에 늦깍기로 전문 작곡가의 길을 택했으므로 작품의 수는 많지 않지만 최대의 걸작 <스페인 광시곡(Rapsodie Espana)>을 위시하여 다수의 피아노 소곡, 합창곡, 오페라 등을 남겼다. 한때에는 바그너에 경도되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은 낭만적이며 색채감으로 기악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하겠다. 그는 동시대에 활약했던 포레(1845-1924), 듀파르크(1848-1933), 당디(1851-1931) 등과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에서 사티, 드뷔시, 라벨로 이어지는 인상파 음악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프랑스 근대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샤브리에는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Auvergne) 지방의 앙베르(Ambert)에서 태어났으며(이 곳은 치즈 등 낙농제품과 채소류 생산지이기도 하다) 6세경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피아노에 재능이 뛰어났으며 10세 이후에는 작곡에도 관심을 가져 소품들을 작곡했으나 부친의 권유로 전문 음악가로의 길을 일단 접어두고 파리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법대 재학중에도 피아노와 작곡 공부는 거의 독학이었지만 계속하였다고 한다). 졸업후 프랑스 내무성의 관리로 18년간을 봉직하지만 1880년 전문 작곡가의 길을 택해 공직을 사임한다(그는 관직에 있는 동안에도 포레, 듀파르크, 마네(1832-83), 베를레느(1844-96,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등 음악가, 화가, 문인들과 교유하였다). 관직을 과감히 버리고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추구하던 길을 택했던 것이다.  

<회화적 소품>은 샤브리에의 작품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39-40세에 이르는 기간(1880-81년)에 작곡되었다. 모두 10곡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의 개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오브제와 빛이 만드는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면 샤브리에는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소리>의 조화, 울림을 음악으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선대의 꾸쁘랭이나 라모를 연상할 수 있으리만큼 간결하며 군더더기가 없이 매우 소박하여 ‘18세기적’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그의 음악에는 순간의 묘사나 즉흥성이 뛰어나다. 일부(4,6,7,10번)는 작곡자 자신이 관현악을 위한 <전원 모음곡>으로 편곡하기도 하였다.
      
1. 풍경(Paysage). Allegro non troppo. 3부형식.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시작된다. 곡은 유모러스하며 밝다.
2. 우수(Melancolie). Ben moderato. 박자나 선율, 화성의 변화 등에 있어서 섬세한 감정의 폭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3. 회오리(Tourbillon). Allegro con foco. 강력하게 연주되는 유니즌(같은 음으로 제창 또는 화음)이나 야성적인 화음은 ‘회오리’ 바람의 이미지를 잘 타나낸다.
4. 나무그늘에서(Sous bois). Andantino. 신성하기까지 한 정적, 그 색채감은 마치 인상파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5. 무어풍의 춤곡(Mauresque). Moderato. 특징적인 리듬에 맞추어 3도의 선율이 춤추는 곡으로 악상은 환상적으로 변화하여 이국적인 색채로 가득차 있다.
6. 목가(Idylie). Allegretto. 꾸밈없이 펼쳐지는 소박하고 경쾌한 선율, 선율의 절묘한 변화는 샤브리에 피아노 음악의 걸작중 걸작이라 할 만하다.    
7. 마을의 춤(Danse villageoise). Allegro risoluto. 소박하지만 세련되지 않은 거칠음도 가진 무곡풍의 곡이다.
8. 즉흥곡(Improvisation). 샤브리에 작품 중에서 비교적 서정적인 곡이다. 박자의 변화, 홤성의 대담한 변화, 소나타 형식에 가까운 스타일로 일찍이 대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는 이 곡에 대하여 ‘슈만적’이라 한 바 있다.  
9. 화려한 미뉴에트(Menuet pompeux). Allegro franco. 전통적인 메뉴에트 형식을 탈피한 곡으로 다양한 악센트. 환상적이 아름다움은 발칙하기까지 하다.
10. 스케르초-왈츠(Scherzo-valse). Vivace. 단독으로 연주될 정도로 풍부한 기지와 세련미 넘치는 ‘목가’적인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한 쟝-조엘 바르비에(1920-94)는 동시대에 활동한 상송 프랑소와, 알도 치콜리니, 조르쥐 지프라 등에 비해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그는 프랑스 동부 벨포르 출신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문학(그리스-라틴어)을 전공하였으며 블랑쉬 셀바와 라자루스 레비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그의 연주는 직선적이며 과장이 없다. 소박하며 매우 이지적(학구적)이다. 사티, 드비시, 라벨, 샤브리에 등 프랑스 근대 작곡가의 작품을 주로 연주하였으나 샤브리에와 사티는 그의 영역을 잘 나타내주는 음반이라 하겠다. 프랑스 근대 작곡가들에 대한 사전적 년대기, <사티와 피아노(Au piano avec Erik Satie, Garmont-Archimbaud, Paris 1986)>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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