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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아날로그 명반백선 33. 슈만 <어린이 정경>

2009.02.26 15:02

김호덕 조회 수:4194 추천:202



개인 사정(게으름?)으로 오랫만에 글 올립니다.


로베르트 슈만(1810-56) : 어린이 정경(Kinderszenen) 작품15. 클라라 하스킬(피아노), 프랑스 fnac(1981년 발매; 1956년 9월7일의 브장송 페스티발 라이브)

‘Schöne Wiege meiner Leiden / Schönes Grabmal meiner Ruh’ / Schöne Stadt, wir müssen scheiden – / Lebe wohl! ruf ich dir zu. (나의 고뇌의 아름다운 요람 / 내 휴식의 아름다운 묘석 / 아름다운 도시,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 / 안녕! 나는 너에게 작별을 보낸다.)’는 하이네의 ‘Junge Leiden Lieder’중에 나오는 다섯번째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가곡(Liederkreis 작품24 아홉 곡 가운데 다섯번째) 일절이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은 일생 동안 열정적이고 환상적인 피아노곡들과 가곡에서 천부의 재능을 나타내었으나 음악 못지않게 문학에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부친이 도서출판에 관계했던 연유로 일찍부터 책과 가까이 할 수 있었으며 성인이 되기전 이미 시를 쓰거나 다른 원고를 발표한 이력이 있다.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어린 시절의 열망하던대로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하여 맹열히 연습에 열중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손을 다치게 되어 피아니스트의 길을 접고 작곡에 전념하게 된다.

라이프치히의 피아노 선생 프리드리히 비크에게는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딸 클라라(Clara Josephine Wieck, 1819-1896)가 있었다. 청년 슈만은 곧 9세 년하의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후에 클라라 부친의 극심한 반대로 법정에 서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결국 두사람은 프리드리히 비크의 허락을 받아 1840년 9월 결혼한다. 슈만은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연인이자 아내가 된 클라라를 위해 많은 곡을 작곡한 것은 당연지사 아니었을까.  슈만의 초기 피아노 작품 <교향적 연습곡>, <카니발> 등은 클라라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그마같이 타오르는 열정이 가득하다. 두사람의 결혼생활은 그지없이 행복했지만(연가곡을 비롯한 수많은 가곡들이 이 시기에 작곡되었다) 슈만이 죽기전 약 2-3년간은 매우 고생스러운 시기였다. 부계로부터 유전된 것으로 추측되는 정신질환(그의 누님도 정신병으로 요절하였다)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마침내에는 라인강에 투신, 다행히 목숨은 구하지만 2년후 정신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슈만은 작곡 이외에도 1834년 <신음악 잡지, Neue Zeitschrift fur Musik>를 창간하여 1844년까지 편집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이 잡지는 당시 동서유럽의 연주회나 새로운 음악작품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음악비평지로서 베토벤, 훔멜, 로시니 등 전시대의 작품은 물론 아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쇼팽이나 브람스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슈만의 필생의 걸작은 대부분이 피아노곡이다. 그 바탕에는 클라라와의 열정적인 사랑이 있었으며 피아노곡들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아름다운 시라고 해도 될 내용들이지만 그것은 그가 일생 동안 사유(思惟)했던 ‘고뇌의 아름다운 요람’이자 ‘휴식의 아름다운 묘석’이었다. 슈만이 활동하던 19세기는 구세력과 신세력이 충돌하던 일대 변혁기였다. 슈만의 음악은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것이었으므로 고전파 음악과는 늘 충돌하였다. 당시 서유럽 최고수준의 피아니스트이던 아내와 함께 한 연주여행에서도 사람들은 늘 클라라의 연주만 인정할 뿐 자신은 환영받지 못했다. 이런 연유에서 오는 심적인 불안과 좌절도 그의 잠재적 정신병을 서서히 악화시킨 동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어린이 정경>은 어린이의 세계를 그린 어른들을 위한 환상곡이라는 점에서는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 children’s corner>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어린이 정경>은 ‘어린이의 기분’과는 거리가 먼 ‘고뇌의 아름다운 요람’의 형이상학이라는 점에서는 드뷔시와 차이가 있다. 클라라와의 열정적인 연애시절인 1838년에 작곡, 이듬해에 출판하였다. 1838년 클라라에게 보낸 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어린이의 정경>은 당신이 도착할 때까지는 완성될 것입니다.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상을 줄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그래요.’ 모두 13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알수 없는 나라들과 사람들 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 - G장조 2/4박자. 먼나라의 옛날 이야기, 동경의 마음이 자연스러이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서곡이다
  2. 이상한 이야기 Kuriose Geschichte - D장조 3/4박자. 힘차고 리드믹.  
3. 술래잡기 Hasche-Mann - b단조 2/4박자. 쫓아 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떠들석한 웃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유쾌하고 활발한 곡.
4. 조르는 어린이 Bittendes Kind  - D장조 2/4박자. 졸라대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린다.
5. 아주 즐거워서 Glückes genug - D장조 2/4박자. 슈만 자신의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투영한 곡.  
6. 중대한 사건 Wichtige Begebenheit - A장조 3/4박자. 곡상의 표정은 매우 밝다.
  7. 꿈(트로이메라이) Träumerei - F장조 4/4박자. 이 곡집중 가장 유명하다. 간단한 소재의 단순한 선율이지만 뉘앙스의 미묘한 변화는 그야말로 ‘꿈’과도 같다.
  8. 난로가에서 Am Kamin - F장조 2/4박자. 즐겁고 단란한 난로가는 어린이에게는 마치 낙원과도 같은 곳.
  9. 목마의 기사 Ritter vom Steckenpferd - C장조 3/4박자. 터치는 지극히 가볍고 묘하지만 즐겁다.  
  10. 너무도 순진하게 Fast zu ernst - g#단조 2/8박자. 슈만은 여기에서 어린이와도 같이 의 천진난만해진다.
  11. 겁주기 Fürchtenmachen - G장조 2/4박자. 어린이들이 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연상하게 하듯 하다.
  12. 잠자리에 든 어린이 Kind im Einschlummern - e단조 2/4박자. 졸려서 꾸벅대는 어린이를 그려본다.
13. 시인은 말한다 Der Dichter spricht - G장조 4/4박자. 코랄풍의 꿈의 세계, 꿈꾸는 어린이는 바로 시인. 이곡에서도 슈만은 자신의 몽상에 잠들어 다시 ‘알 수 없는 나라들…’을 그린다.

이곡을 선정하면서 필자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1962년녹음, 1983년 마르타 아르게리치의 녹음, 그리고 하스킬… 이 세장의 음반을 놓고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선택한 것은 하스킬. 척주만곡증이라는 신체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와 겸손함, 어린이같은 마음가짐으로 이루어낸 예술혼이 하스킬을 선택한 이유라면 이유이다. 클라라 하스킬(1895-1960)의 이 음반은 1956년 9월 7일 테아트르 뮤니시팔에서 열린 브장송 페스티발의 실황으로 프랑스 국립방송에서 녹음한 것이다. 전혀 편집하지 않은 것이므로 당시 연주자의 표정이나 공연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기에 충분하다. 1955년 필립스에서 녹음한 것과 같이 깊은 시정과 품격이 잘 드러나 있으며 하스킬 특유의 색갈이 만개한 연주이다.  


다른 추천 음반
1 알프레드 코르토(1935년 HMV) – 코르토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있으나 시정이 깊다.
2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62년 CBS) - <어린이 정경> 베스트 음반 중 하나. 감각적이며 날카롭다. 마술사가 빚어내는 판타지와도 같다.
3.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50년 RCA) – 매우 감각적이다. 어른이 몰입하는 어린이의 세계.
4. 마르타 아르게리치(1983년 DG) – 아날로그는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명연. 자유분방,야성이 넘치며 곡상이 요구하는 바를 유감없이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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