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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풍성한 슬라브음의 향연, 그리고 협주곡 징크스

2003.10.02 09:59

장동기 조회 수:4303 추천:1037

10월 1일 상트 페테르부르그필 내한 연주회 후기입니다.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러갈 때 청중들의 심리는 매우 편안하다. 대체로 이들의 프로그램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인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가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정통 오스트리아-독일계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이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가 없다. 또한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자신들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목들이니 연주의 수준이 일정이상으로 보장된다.
물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이나 협주곡들은 너무 자주 프로그램으로 선택되는 경향이라 일부 콘서트고어들 입장에서는 식상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번 상트 페테르부르그필 (이하 "상트") 내한 공연의 경우 첫날은 차이코프스키, 둘째날은 라흐마니노프로
짜여졌는데 자주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에 비해, 잘 알려진 교향곡이지만 실연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에 관심이 가서 둘째날을 선택했다. 물론 전반부 협연자인 임동혁에 대한 관심도 이유가 되었다.

결론은? 임동혁은 피아니스트로서 전반적인 테크닉은 높은 수준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날 공연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 "상트"의 파트너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계 피아노협주곡을 하려면 음색의 투명함이나 세부적인 터치 이전에 최소한의 음량과 파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이란 울림이 풍부한 홀이었지만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연주 내내 피아노의 소리는 오케스트라에 완전히 파묻혔다. 특히 1악장에서 이런 현상이 심했다. 물론 지휘자가 음량의 밸런스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또 후반부 교향곡 연주를 위해 독특하게 자리매김한 악기들의 위치도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피아노 소리가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는 협주곡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2악장의 서정적인 부분이나 3악장에서 피아노가 빠른 패시지로 기교를 발휘하는 부분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린 피아니스트가 기교적으로는 비교적 탄탄함을 보여준 부분이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후 청중들은 어린 피아니스트에게 열렬한 격려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눈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협연자가 쇼팽의 야상곡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것이다. 아무리 지휘자나 악장이
권유하거나 양해했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협연자가 중간에 앙코르를 연주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서 한참 벗어나는 것이다. 이미 세계 최고그레이드의 연주자인 장영주가 많은 정상급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내한공연에서 한번도 앙코르를 하지 않은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항상 인터뷰시 거장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해 왔다. 임동혁은 이것을 몰랐을까? 이미 콩쿠르 사건으로 한번 파문을 일으켰는데(내용이 어떠하든 여기에도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협연자가 앙코르연주를 한다는 것은 자꾸 두개의 이벤트를 연결하여 생각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후반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연주는 역시 전통의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을 잘 보여주었다. 현악부의 두툼하고 우수에 찬 울림, 금관부의 포효 등... 확실히 브라스파트가 안정된 소리를 내어 주니 청중들은 참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1악장은 솔직히 지휘자가 조금 더 조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아름다운 선율이지만 늘어지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2악장의 활기,
그리고 3악장 클라리넷의 활약, 4악장 피날레부분의 브라스와 타악의 포효 등에서는 충분히 기대했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공연시작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매우 특이한 악기의 배치였다. 더블베이스가 객석에서 보았을 때
통상적인 오른쪽 무대가 아닌 왼쪽에 위치했고, 호른은 다른 금관파트와 같이 무대 오른쪽에 배치되었다.
목관은 상식적인 위치였고, 나머지 현악파트의 경우 왼쪽에 1바이올린, 가운데에 첼로, 오른쪽에 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배치되었다.
개인적으로 호른의 음색이 두드러지지 못한 것은 다른 금관과 너무 가까이 배치된 탓으로 생각된다.

앙코르곡은 예상대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중 2곡이 선사되었다.

올해에는 이른바 협주곡 징크스가 화두로 떠오를 것 같다.
장영주가 빈필내한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했고,
백혜선 또한 정명훈/도쿄필 공연에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상트" 내한공연에서도 첫날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협연자가 이른바 "오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평이고 임동혁은 피아노소리가 파묻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혐주곡 연주를 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들을만한 음반을 추천하면...



EMI 상트페테르부르그필, 얀손스 지휘



EMI GROC 런던심퍼니, 프레빈 지휘



Decca double 콘서트헤보, 아쉬케나지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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