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드 예찬
2003.10.30 16:16
한동안 온갖 복잡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포기한 후, 심심해서 “바꾸는 즐거움”을 올린 후 조금 걱정도 했습니다. 하이엔드 기기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은 하뮤에서 로우엔드 기기를 뽐뿌하는 글이라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 주셔서 이제 안심하고 로우엔드 기기 예찬을 늘어 놀려고 합니다.
하이엔드 기기는 소리를 구별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와트퍼피에서 탄노이 로열로 바꾸면 물론 소리가 다릅니다. 그러나 와트퍼피6에서 7로 바뀐다면 보통 사람은 말할것도 없고 그 기기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식별하기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는 나름대로 취향이란 것이 있습니다. 음장형에서 음상형, 현대기기에서 빈티지 등 급격한 변화가 많지 않고 자기 취향 틀 속에서 조금씩 변화 혹은 업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변화된 소리를 감지하는 것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소한 업글이라도 들인 돈의 액수는 적어도 2-300만원은 됩니다. 전체 시스템의 가격이 5,000은 넘으니 5%라도 250만원은 되지요. 조금 과하게 업글하면 “0”이 하나 더 붙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가 생각보다 부유한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내일 먹을 것도 없는 사람이 1,000만원이 넘는 기기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 댁을 방문하고 상당히 놀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가지고 계신 기기 가격이 아파트 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도 보았고, 고가의 기기를 3-4평도 안 되는 조그만 거실에서 운용하시는 경우도 많더군요. 2-300만원, 더 나아가 1,000만원이 넘게 들여 업글하는 분이 돈이 많아 그렇게 하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리저리 비상금을 마련하느라 마나님 눈치를 보고 또 보고 한 업글입니다. 그런 업글이니 소리가 확 달라져야 하는데 그다지 달리진 것이 없을 때 허망함을 아마 한두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정말 다른 소리는 듣자마자 식별이 됩니다. 그런데 달라진 소리가 안 들리니 환장할 노릇이지요. 두세시간 들어도 “고역이 조금 더 확장된 것 같다”, “저역이 이 부분에서 단단해 졌다” 등 등 본인도 확신할 수 없는 그런 느낌만 들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더 환장할 노릇은, 다른 사람은 (특히 업자인 경우엔..) 다르다고 난리를 치는데 내 귀에는 별로 다르지 않은 때입니다. 다르지 않다고 했다간 “돈 만 많은 막귀”로 전락할 것 같아 할 수 없이 맞장구를 칠 때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기기를 바꾸었을 때에는 다른 소리를 찾겠다고 작심을 하고 들으면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케이블은 정말 아리송하더군요. 다르다고 하면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더군요. 전기줄 하나에 기백만원을 들였는데, 구렁이 굵기만 한 것이라 폼은 나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이런 때 작용하는 것이 선입관이더군요. 예를 들어 은선은 어떻고, 동선은 어떻고, 꼰 선은 어떻고, 어떤 브랜드는 어떤 성향이 있고... 등등 주어들은 소리에 맞추어 평을 한 적도 있답니다. 그래야 마나님 눈치보며 꼬불치고 또 꼬불친 효과(?)와 막귀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러나 로우엔드에는 역으로 “어쭈구리” 효과가 있습니다.
기껏해야 30만원짜리 앰프에서 어떤 소리가 나랴? 이런 건방진 생각으로 들었더니 “어쭈구리!” 이놈 봐라!, 날 소리는 다 나네!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웬만한 소리도 좋게 들리더군요. 사실 로우엔드와 하이엔드 차이는 마지막 5%, 심지어는 1%의 차이지, 그렇게 크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1,000만원 짜리 스피커와 1,200만원 스피커의 차이는 거의 미미합니다. 그러나 10만원과 50만원 차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업글효과를 듣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로우엔드에선 취향이고 뭐고 없습니다. 음상형에서 음장형으로 가도 되고, 북셀프에서 톨보이로.., TR에서 진공관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니 바꿈질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됩니다.
제일 좋은 것은 뭔지 아십니까? 설사 소리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막귀라 소리를 구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허접해서 그렇다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바로 내 친다고 해도 기껏 손 해봐야 10만원이고 잘하면 본전도 나옵니다.
하이엔드 기기 가지고 “사서 고생하시지 마시고” 로우엔드 기기로 다양한 바꿈질의 묘미를 느끼시는 것도 또 하나의 오됴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엔드 기기는 소리를 구별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와트퍼피에서 탄노이 로열로 바꾸면 물론 소리가 다릅니다. 그러나 와트퍼피6에서 7로 바뀐다면 보통 사람은 말할것도 없고 그 기기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식별하기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는 나름대로 취향이란 것이 있습니다. 음장형에서 음상형, 현대기기에서 빈티지 등 급격한 변화가 많지 않고 자기 취향 틀 속에서 조금씩 변화 혹은 업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변화된 소리를 감지하는 것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소한 업글이라도 들인 돈의 액수는 적어도 2-300만원은 됩니다. 전체 시스템의 가격이 5,000은 넘으니 5%라도 250만원은 되지요. 조금 과하게 업글하면 “0”이 하나 더 붙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가 생각보다 부유한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내일 먹을 것도 없는 사람이 1,000만원이 넘는 기기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하이엔드 기기 사용자 댁을 방문하고 상당히 놀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가지고 계신 기기 가격이 아파트 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도 보았고, 고가의 기기를 3-4평도 안 되는 조그만 거실에서 운용하시는 경우도 많더군요. 2-300만원, 더 나아가 1,000만원이 넘게 들여 업글하는 분이 돈이 많아 그렇게 하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리저리 비상금을 마련하느라 마나님 눈치를 보고 또 보고 한 업글입니다. 그런 업글이니 소리가 확 달라져야 하는데 그다지 달리진 것이 없을 때 허망함을 아마 한두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정말 다른 소리는 듣자마자 식별이 됩니다. 그런데 달라진 소리가 안 들리니 환장할 노릇이지요. 두세시간 들어도 “고역이 조금 더 확장된 것 같다”, “저역이 이 부분에서 단단해 졌다” 등 등 본인도 확신할 수 없는 그런 느낌만 들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더 환장할 노릇은, 다른 사람은 (특히 업자인 경우엔..) 다르다고 난리를 치는데 내 귀에는 별로 다르지 않은 때입니다. 다르지 않다고 했다간 “돈 만 많은 막귀”로 전락할 것 같아 할 수 없이 맞장구를 칠 때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기기를 바꾸었을 때에는 다른 소리를 찾겠다고 작심을 하고 들으면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케이블은 정말 아리송하더군요. 다르다고 하면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더군요. 전기줄 하나에 기백만원을 들였는데, 구렁이 굵기만 한 것이라 폼은 나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이런 때 작용하는 것이 선입관이더군요. 예를 들어 은선은 어떻고, 동선은 어떻고, 꼰 선은 어떻고, 어떤 브랜드는 어떤 성향이 있고... 등등 주어들은 소리에 맞추어 평을 한 적도 있답니다. 그래야 마나님 눈치보며 꼬불치고 또 꼬불친 효과(?)와 막귀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러나 로우엔드에는 역으로 “어쭈구리” 효과가 있습니다.
기껏해야 30만원짜리 앰프에서 어떤 소리가 나랴? 이런 건방진 생각으로 들었더니 “어쭈구리!” 이놈 봐라!, 날 소리는 다 나네!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웬만한 소리도 좋게 들리더군요. 사실 로우엔드와 하이엔드 차이는 마지막 5%, 심지어는 1%의 차이지, 그렇게 크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1,000만원 짜리 스피커와 1,200만원 스피커의 차이는 거의 미미합니다. 그러나 10만원과 50만원 차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업글효과를 듣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로우엔드에선 취향이고 뭐고 없습니다. 음상형에서 음장형으로 가도 되고, 북셀프에서 톨보이로.., TR에서 진공관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니 바꿈질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됩니다.
제일 좋은 것은 뭔지 아십니까? 설사 소리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막귀라 소리를 구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허접해서 그렇다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바로 내 친다고 해도 기껏 손 해봐야 10만원이고 잘하면 본전도 나옵니다.
하이엔드 기기 가지고 “사서 고생하시지 마시고” 로우엔드 기기로 다양한 바꿈질의 묘미를 느끼시는 것도 또 하나의 오됴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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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2003.10.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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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2003.10.30 16:36
정말 좋은 글 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추천하나 꾹..^^ -
김남형
2003.10.30 16:38
교수님 ... 저도 싼넘으로 다바꾸고 싶어요...^^ 추천 추천 -
장동기
2003.10.30 17:30
IMF 이전... 그러니까 원달러환율이 800원에서 900원 정도인 시절
제 나름대로의 소신은 기기 하나당 투자금액이 절대로 백만원대 미만
(그러니까 199만원 미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자한 금액 대비 효용도 이 레인지에서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IMF 거치면서 환율이 폭등하면서 이제는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 되었지만요...
국산 컴포넌트 듣다가 (아니면 이른바 CD 카셋트) 약 4~5백 정도 투입해서
구성된 시스템의 소리를 들으면 정말 별천지에 왔다는 느낌 그 자체입니다.
저는 다행히 바꿀 때마다 확실히 차이를 느낀 편이라 행운아에 속합니다.
와디아 12 DAC를 시스템에 투입했을 때의 충격!
스피커 스탠드를 설치하고 스피커 케이블 바이 와이어링을 끝낸 후 느낀 즐거움!
중고가가 제법 나가는 밸런스 케이블을 DAC와 PRE 사이에 연결한 후 느낀 놀라움! 등
반면 LDP대신 CDT를 연결한 후 한참동안 식별이 되지 않았던 경험
(그러나 시간이 해결을 해 주더군요... 그러나 다른 변경에 비해 확실히 느끼지는 못합니다). 또 싸구려 인티 대신 몇배를 들여 분리형으로 바꾸었을 때 몇달 동안 느꼈던 당혹감
(가격 5배가 이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가? 그러나 시간이 역시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든 오디오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10년이 경과한 (내일이 결혼 10주년, 그래서 딱 10년입니다) 스피커가 내 주는
충분히 음악적인 소리! 이것은 시간이 만들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디오파일들이 최소한 스피커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을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윤춘주
2003.10.30 18:05
^^ -
남윤상
2003.10.30 21:19
저두 로-엔드 실천을 위해 13만원짜리 앰프 하나 구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요 앰프에 물릴 스피커로는 손바닥 보다 조금 크다는 스피커로 하고요.
집에다 설치하진 못할 거 같구, 사무실에다 놓을 계획이죠. ^*^ -
김준호
2003.10.31 00:09
돌 맞을까 걱정했는데....^^
감사합니다. ㅋㅋ -
김욱동
2003.10.31 00:35
저는 요즘 서브가 아니라 메인을 (특히 앰프) 좀 작고 가뿐한 거로 갈까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덩치가 버티고 있는걸 보면 답답해서요. 보기에 답답하니까 소리도 답답하게 나오는것 같더라구요. -
장규원
2003.10.31 02:16
작은 것이 (결국) 아름답다...^^ -
국광윤
2003.10.31 09:36
상당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저역시도 침대 저쪽의 조그만 일산 컴포넌트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이
어쩔땐 저의 매인시스템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걸
느낄때가 많습니다.
-
정윤
2003.11.02 03:31
저두 추천하나 좋으신 말씀 -
박영환
2003.11.12 10:05
안녕하십니까? 김선생님,
너무 좋으신 말씀이란 생각에 저희 지역 동호회 사이트에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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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