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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나치의 성녀(?) Elly Ney

2021.01.14 13:35

송영진 조회 수:439

디지털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수많은 오랜 아날로그 명녹음들이 CD로 재발매되고, 음원으로 다시 탄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요즘에 와서 유독 주목받고 다시 평가받는 연주자들이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히 이베이나 디스코그, 야후 옥션 등등 음반의 국제적 시세를 보여주는 곳을 뒤지다 보면 그간 디지털 세상에서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연주자들의 음반이 고가반의 상위권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엘리 나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십수년전의 일이다. 이따금 들려 새로 도착한 박스를 주인장이 가장 먼저 훑은 다음 2차로 훑을 수 있는 영광을 몇번 가졌었는데 거기에 함께 했던 소위 고수들끼리의 대화에서 나이 어쩌 구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끼어들기 쉽지 않았던 자리 였다고나 할까. 그날 좀 열이 받았었는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op.111)과 모짜르트 소나타 11(터키행진곡)이 커플링된 음반의 재재반쯤 되는 음반이었는데, 나이의 음반이라 하여 조금 가격을 지불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이 음반을 들어보면서 강렬하고 힘찬 터치에 감동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음반은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특히 첼리스트 루드비히 휄셔와 협연한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는 입 벌어지는 가격대였기 때문에 더더욱 손이 쉽게 나갈 수가 없었다. 이후 LP복각 CD를 국내에서 발매한 것을 들으면서 갈증을 달래기도 하였다.


(엘리 나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생애를 알지 못하면 그녀의 음악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그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이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위키디피아 및 일본의 몇몇 블로그들을 참조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882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그녀는 1927년 베토벤의 탄생지인 본의 명예시민 칭호를 부여받을 정도로 베토벤 음악을 사랑하였고, 또한 자신을 독일 음악의 전도사로 믿었고, 어렸을 독일 음악의 전도사를 자처하여 미국으로 일시적인 이주를 하였다. 자신이 믿는 것에 집착하고 이를 위해 돌진하는 것이 그녀의 기질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집안은 일가족 모두가 유대인이라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유대인을 혐오하는 분위기였었다고 전해진다. 11세때 쾰른 음악원에 진학한 그녀는 Isidor Seiss(1840-1905) 아래에서 9년이나 공부했음에도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선생을 경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비엔나에서 Theodor Leschitizky(1830-1915)에게 사사하였으나 그 역시 유대인이란 것을 알게 되자 그 문하를 박차고 나와 Emil von Sauer(1862-1942)에게 1년간 사사한 후 1904년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녹음이나 연주를 할 때 스탭진에 유대인이 없어야 하는 것이 암묵의 조건이었고, 유대인이 한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히스테리를 일으켰다고도 한다. 이러한 유대인 혐오가 나중에 나치당으로 연결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그녀는 독일이외의 국적의 사람들은 독일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깔보는 경향이 강했고, 같은 독일인이라고 해도 스스로 이상이라 여기는 고고한 독일정신을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매우 강하게 배척했다고 한다. 일례로 카르미나 부라나를 작곡한 칼 오르프에 대해 부끄럽다고 하면서 그 곡이 상연되지 못하도록 뒤에서 공작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남편이자 오랜 음악적 동반자였던 지휘자 Willem van Hoogstraten은 네덜란드인이었고, 두번째 남편 Paul Allais는 미국인이었다고 하니 무척 아리러니컬하기도 하다.


Willem van Hoogstraten과는 1911년 결혼하여 슬하에 딸을 하나 두었고 1921년부터 미국으로 이주해 활동을 하였고 레코딩도 하였으나(최초의 녹음은 1906년 자동피아노롤 녹음으로 알려짐) 생활공간의 차이로 이혼하고 다시 미국인과 짧은 결혼생활을 마치고 나서 , 1930년 독일로 돌아와 음악활동을 재개하였다.




1931년 엘리 나이는 젊은 첼리스트인 루드비히 휄셔 및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름 스트로스(몇 년 후 막스 스트러브로 교체됨)와 함께 피아노 트리오를 결성하였다. 휄셔와의 인연은 1959년의 이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녹음까지 이어지게 된다.




나치스의 히틀러의 연설을 들은 그녀는 독일인의 순수함을 주장하는 유대인 배척의 인종차별주의에 공감하며 1937년 나치스에 입당하여 헌신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연주활동 역시 나치의 이벤트 등에 집중하는 열성적인 나치 당원의 면모를 보여줘 히틀러로부터 명예교수의 칭호를 부여받고 온갖 나치 어용단체의 멤버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 음악원에서 교편을 잡게 되나, 종전 후 나치당 활동에 관련해 1952년까지 모든 연주활동을 금지당하게 된다. 연주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지만 유대인 차별주의의 신념은 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전세계 연주무대를 화려하게 누비던 그녀도 전후 세계 각국의 연주무대와 대형 메이저 음반사들로부터 철저할 정도로 외면을 받았다. DG에 남아있는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몇곡과 텔레풍켄에 남겨진 이 휄셔와의 협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Colosseum 과 같은 마이너레이블을 통한 음반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70대 후반이었던 1960년 이후 1968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녀는 열정적으로 무대에 서면서 연주를 계속 해 나갔다.




그녀는 196838일 다름슈타트에서의 마지막 리사이틀을 끝으로 331일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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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에 녹음된 전 남편의 지휘로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들어보면 왜 그녀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웠는지 이해가 갈 것 같다. 물론 유심히 들어보면 간간히 미스터치가 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 웅장하고 스케일 큰 그러면서도 서정성이 흐르는 음악의 매력은 각별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리이슈 발매되었던 DG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역시 강인한 타건과 함꼐 흐르는 서정성이 참으로 그녀의 매력을 더 발산해 주었다.




이 휄셔와 협연한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는 모노 녹음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이 곡의 최고의 명반 대열에 올라와 있다. 거기에다가 LP판도 흔치 않은 관계로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고 한다. 한참 전 이 세장의 세트를 쿼드2-22 오리지널 프리파워 세트와 맞교환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도 있다. 연주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첼로와 피아노는 어느 한쪽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경쟁하고 조화롭게 화음을 이룬다. 카잘스-제르킨의 모노녹음이 부럽지 않은 연주이다.




이런 음반이 리이슈 LP로 나오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반가운 일이다. 제대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과 완전 동일한 소리라고 만은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노음반을 깨끗한 상태의 LP로 다시 만나는 것은 또하나의 행복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수록되어 있는 세곡의 변주곡들도 아주 고마운 존재이고




1907년생인 휄셔 역시 나치에 협력했다는 의심을 받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나이처럼 열렬한 나치당원이었던 것 같지는 않고, 당시 독일에 남아있던 많은 음악가들이 그런 의심을 받아온 것 아닐까 싶다. 1037년부터 베를린 고등음악원 첼로과 교수를 역임했다는 이력 등이 그렇다. 하지만 푸르트뱅글러가 그랬고, 카랴얀은 신분세탁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전후 비교적 일찍 연주활동의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루드비히 휄셔는 70년대에 외르그 데무스와 새로운 녹음을 하였다. 이 나중 음반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연주에 대한 비교글은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 나이와의 협연 음반이 유명해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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